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Nov 16. 2021

[교행일기] #85. 5년이 지나면 괜찮나요?

5년이 지나면 괜찮나요?


"5년이 지나면 괜찮나요?"

신규의 질문에 연이는 잠시 아침 등교 전으로 생각이 전환되었다.



연이는 학교에 도착하고 바로 행정실로 들어가지 않는다. 도착은 출근시간 30분 전에 도착했지만,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예전에는 '못한다'가 맞았지만, 지금은 '안 한다'가 맞을 것이다. 휴대폰을 열어 오늘의 할 일이 빼곡히 젖힌 메모장을 들여다보고 순서를 조정하고 있다. 10분 정도 정리를 마친 연이는 '좋았어'를 낮게 읊조리고 눈을 감고 정신에너지를 많이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일은 연이의 정신에너지를 많이 빼앗는다. 당황하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몸으로 느껴질 정도다. 정신에너지가 모두 고갈이 되고 나면 소위 시쳇말로 '멘탈이 터진다'. 멘탈이 터지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못한다. 그 상황이 오면 실수가 잦고 그 실수가 또 실수를 낳는다. 악순환된 실수들이 부메랑처럼 다음날 다음 달 다음 해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연이는 아침마다 정신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쓰기 위한 전략을 짜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다.


"풋."

연이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신규는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연이가 가만히 있다가 웃으니 신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질문이 웃겨서 웃은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요."

연이는 신규가 오해를 할 것 같아 상황을 설명했다.


멘탈이 약한 연이가 5년을 넘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연이 자신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신규의 저 질문에 좋은 대답이란 없었다. 사실 지금도 모르는 게 많고, 멘탈이 터져서 실수가 나면 실장님에게 쪼르르 달려가 사정을 설명하고 취소결재를 올리고 있는데, 과연 5년이 지나면 괜찮을까? 정답은 '모른다'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찰나 예전에 교행행정직 카페인 '나우리회'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었다.


질문자: 야근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신규인데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연이 대답: 남일 같지 않네요. 1월에 발령 난 같은 처지인 동기들이 수두룩합니다. 일에 치여 끌려다니는 게 싫죠. 신규니까 더디고 느립니다. 동기들 잘하는 것처럼 보이시죠? 다들 실수하고 견디고 있답니다.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은 없고,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습니다. 같이 힘내요.


신규에게 필요한 것은 신규의 마음이 가장 잘 대변이 된 그날의 연이가 아닐까 했다.


신규이니까 더디고 느리고 다들 실수하고 견디고 있고, 끝이 안 보일 것 같은 터널도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칠흑 같은 밤도 분명 끝은 있다. 연이는 오늘도 과거의 연이로부터 하나를 배우고 오늘의 연이를 내일의 연이에게 넘기고 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매거진의 이전글 [교행일기] #84. 교행, 생각과 많이 달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