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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17. 2021

[교행일기] #86. '정리'도 아닌 '장리'?

'정리'도 아닌 '장리'


기록물을 정리하다 보니 수많은 비전자기록물 중에 '장리'라고 정리된 문서들이 있었다. 과연 이게 뭔지 안에 내용을 봐도 딱히 특정 지을 만한 것을 교무업무를 알지 못하는 교육행정일반직 공무원인 연이에게는 낯설고 생소한 단어일 뿐이었다. 궁금증을 뒤로하고 있다가 교무실무사와 얘기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 그때 연이는 혹시나 이 단어에 대해 알고 있으려나 하고 물었다.


"OO선생님, 혹시 '장리'라는 기록물을 보신 적이 있을까요?"

"...."

대답을 못하고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다.

조심스러웠다. 연이가 묻는 의도를 알지 못하는 한 그들의 입에서는 연이의 궁금증을 풀 수가 없기에 웃으면서 재차 물었다.

"단순하게 궁금해서 그래요. 기록물을 정리하다 보니 수많은 '장리'라는 기록물이 수년째 계속된 것이 있어서 이게 뭘까 하고요. 알아야 정리도 쉽고요."

정말 단순한 궁금증과 호기심에 묻는 것을 안 교무실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잘 모르지만 교감 선생님은 알 것이라며 교감 선생님에게 공을 던졌다.


"그게 말이지."

교감 선생님은 '장리'라는 단어가 오랜만에 듣는 단어라며 예전의 얘기를 풀어놔 주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듣듯 그의 이야기는 과거의 퇴색된 지식이 아닌 연이에게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장리'가 교감 업무를 말하지요. 교무실을 총괄하니까 아마 '총괄 업무'라고 보면 될 것이에요."


어려운 한자에서 조금 덜 어려운 한자로 변경이 된 것이지만, 모두 교감 선생님이 처리하는 업무를 모두 모아놓은 것이 '장리'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기록물은 수많은 선생님들이 지나쳐간 그들의 발자취와 같은 것이었다. 지금에서 보면 기록물이 아닌 것들도 기록물로 분류하여 보관하고 이관했던 것도 있고, 그렇게 쌓여 있는 기록물을 정리하다 보니 기록물을 정리할 때의 연도에 연이가 이곳이 아닌 사회에서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제자리를 찾아 넣어 준 문서고의 형광등을 꺼주며 문을 닫았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내년이나 열린 이곳이 살아 있는 학교의 전설이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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