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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18. 2021

[교행일기] #87. 지출암호, 견사통세

지출암호, 견사통세


"주무관님, 연이 주무관님."

항상 명랑하고 경쾌한 목소리를 가진 OO선생님이 연이를 급하게 찾았다.

"업체를 통해서 물건을 받고 지출이 나갈 때 그 뭐뭐 받아야 해요?"

"..."

연이는 잠시 머뭇거렸다. 아주 잠시 3초 정도. 몰라서 멈칫한 것은 아니다.

"견적서랑 뭐뭐였지요?"

"견사통세요."

OO선생님이 빵 터져서 웃었다.

"그건 또 뭐예요? 무슨 통세요?"

"적서, 업자등록증, 장사본, 금계산서, 이렇게 4가지요."


OO선생님도 금방 알아듣고 외우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멈칫한 이유는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굳이 업체에 전화해서 필요한 물품에 대한 가격정보만 알고 나머지는 학교 메일에 지출 관련 서류를 보내달라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굳이 '지출 관련 서류'가 아닌 구체적인 서류에 대한 것을 물어봐서 놀라기도 했고 당황하기도 했다.


학교란 곳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데 필요한 교재나 물품 등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을 구매를 해야 할 경우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최적의 물품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예산편성 기본지침에따른 예산의 특성 및 금액 한도 등 가이드라인만 세워두고 지침에 맞는 한 자유롭게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하고 있다.


OO선생님 같이 행정실의 업무 스타일을 잘 파악하신 분들은 그들의 업무방식을 알기에 빠른 진행을 위해 미리 업체에 얘기를 해두려고 하는 것을 연이도 잘 알고 있다. 연이도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알기에 최대한 빨리 학생들을 위한 교재 및 물품이 업체로부터 정확하게 오기를 희망했다.


'견사통세'는 연이를 위한 지출암호였지만, OO선생님과 친한 선생님들에게까지 퍼져 업체에게 견사통세를 얘기하셨는지 어느 날 업체에서 견사통세란 말을 듣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견사통은 학교 메일로 보냈고요. 세금계산서는 연락을 주시면 바로 발행해드리겠습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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