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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19. 2021

[단미가] #04. 쓰레기통에 처박힌 초심,'부질없다'

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04. 부질없다

쓰레기통에 처박힌 초심, '부질없다'


부질없다
대수롭지 아니하거나 쓸모가 없다.


질병코드 N201 요관의 결석

진단서에 적힌 연이의 병명이었다. 3주 간의 약물치료와 안정가료로 다행히 호전이 되었다. 하지만, 하얀 방에서 빠져나온 것은 회복이 된 육신만이었다. 산산이 깨져버린 마음의 행방은 여전히 하얀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연이는 집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병이었기에 마지막 농담으로 던진 의사의 말에 웃어넘겨야 했지만, 사색이 되고 말았다.


"3개월 만에 다시 내원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동안은 하루에 2L 이상의 물은 기본으로 마시고, 여름에는 조금 더, 겨울에는 조금 적게 마셔도 됩니다."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습관처럼 나와버린 직업병적인 연이의 말에 의사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다시 보는 일이 있으면 안 되겠죠?"


집으로 돌아와 휴대폰에 '요로결석'을 검색하고 예방방법을 찾다가 '레몬 원액이나 깔라만시 원액'을 희석해서 마셔주면 결석을 생성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했다. 가장 빨리 오는 쿠팡에 해당 제품을 검색해서 주문을 했다. 지친 몸을 침대에 누위고는 생각에 잠겼다. 몸은 이렇게 하면 낫겠지만, 하얀 방에 갇힌 초심을 담은 마음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화장실에 가서 비친 얼굴은 응급실 화장실에 비친 얼굴과는 사뭇 다르게 호전되어 보였지만, 여전히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어 보였다. 무언가 빠져버린 눈동자에 그날의 초췌해진 연이의 몰골이 담겨 있었다.


머릿속에 되뇌어지는 말이 자꾸 목까지 올라왔지만, 입으로 내뱉으면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게 부질없다'


연이는 잠시 눈을 감고 마음에 집중하려고 했다. 열심히 하려던 과거의 연이의 마음은 하얀 방을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연이는 미래가 석연치 않고 불확실한 이 상황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연이는 하얀 방에서는 과거의 초심을 담은 연이의 마음을 찾아올 수 있을까? 과연.




ABOUT '단미가'(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어의 의슴으로 다가올 때', 일명 '단미가'는 연이가 어릴 적, 학창 시절, 대학교 시절, 공시생 시절, 교행 근무하는 지금과 앞으로 있을 미래를 포괄하여 특정 단어의 의미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연이만의 '연이체'로 독자들에게 들려드리려고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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