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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23. 2021

[교행일기] #89. 결재라인의 복무를 기억하라

결재라인의 복무를 기억하라


https://brunch.co.kr/@a04cfbf5a6fc4d0/39


"OO주무관님, 그런 경우 일단 실장님에게 보고하셔요.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오늘 일이 있다고는 며칠 전에 얘기를 들었지요? 결재라인의 복무는 기억해야 해요."


연이가 신규 주무관님에게 말한 것은 6년 차에 접어든 경험에서 우러나온 꿀팁이었다.


사실 실장님, 교장선생님 결재를 맡으면 되는데, 무슨 걱정일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실장님도 교장선생님도 사람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가나 병가를 낼 수도 있고 공적인 업무로 출장이나 교육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날이 아닌 그 전날까지는

기필코, 꼭, 필히, 반드시

결재를 맡아야 한다.


여기서 고충이 드러난다. 마감일이 거의 모든 업무에 있는데, 그 마감일이 갑자기 당겨지는 것이다. 연이는 이런 일을 신규 때 아주 많이 경험해서 그 어려움이 많았다. 교장선생님의 복무는 사실 행정실에서 알기가 참 까다로웠다. 주간업무계획에도 나타나지 않은 갑작스러운 업무가 있을 수 있고, 아프시거나 갑자기 잡힌 지인의 경조사가 있으면 조퇴나 지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교장선생님의 결재가 늦어진다 싶으면 교무실의 교무실무사에게 쪽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서 교장선생님의 복무를 물어야 한다.


연이도 업무 하나가 여러 번의 결재라인을 타면 결재를 맡아야 할 때면 나이스의 일일근무상황조회를 수시로 확인을 하거나 교무실에 쪽지를 묻고 하는데, 지금이야 이렇게 물을 수 있는 라인을 알지만, 꼬꼬마 연이에게는 그저 교장선생님이 결재를 해주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실장님의 교육일정, 학운위 일정, 물품선정위 일정, 연가, 병가 등 복무상황과 교장 선생님의 출장 일정과 업무 일정을 달력에 적어두고 연이의 업무 순서를 조정을 매일마다 한다.


실장님이 일정상 나오지 않는 날이면 지출결의서, 급여이관내역, 징수결의서, 세외 반환결의서 등을 묶는 기록물 정리작업을 하거나 결재를 맡지 않아도 되는 업무인 급여 사전작업이나 물품구입 관련 검사검수 작업,  업체에 전화를 걸어 지출을 하기 위한 세금계산서 발행 요청 등과 뒤로 밀어 놨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끌어와서 진행을 한다.


이런 일들은 사실 꼬꼬마 연이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는데, 지금 꼬마 연이에게는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을 보니 연이도 어느 정도 성장한 것이다. 전국에 있는 교행 꼬꼬마들도 매일 같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매일 걱정을 하던 일을 밑거름으로 삼아 양분으로 빨아들여 뿌리 깊은 나무가 되길 소망한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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