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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26. 2021

[교행일기] #92. 다시 찾은 한방병원

다시 찾은 한방병원


그날은 유난히 가을 향기가 물씬 나는 날이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새파랗고 하늘이 높음이 눈으로 헤아릴 수가 없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에 햇살이 차창으로 비추고 있었다. 빨간 신호등의 정지신호가 3개월 된 차를 세웠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행직 공무원이라 직업병처럼 다른 초등학교도 눈에 자연스레 들어왔다. 내진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학교를 보자 이곳 주무관님들도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찰나 갑작스러운 충격에 멈춰 있던 차가 5미터를 튕겨나갔다.


횡단보도 앞이었다. 초등학교 앞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다행이었다.


올망졸망한 학생들이 건너고 있었으면 그 학생들은 어찌 되었을까?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면서 잠시 흐트러졌던 정이 들 무렵 통증이 밀려왔다. 이전에 사고가 크게 나고 치료를 하며 겨우 자리를 잡은 어깨와 목이 아까의 충격에 다시 뒤틀렸는가 보다.


갑자기 서지도 않았는데 어찌 사고가 났을까 했다.

연이는 차에서 내려 상대쪽 차로 다가갔다. 화장을 하느라 앞을 못 봤다고 했다.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상대쪽 보험회사를 불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이에 연이의 차 보험회사 직원에게 혹시 몰라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을 했다. 전화를 끊고 실장님에게 상황설명을 했다.


상대쪽 보험회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경찰차가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경찰차는 유턴을 하여 상대쪽 차 뒤에 세우고는 연이와 상대방 쪽에 와서 사고경위를 물었다. 역 부근 사고가 있어서 처리하고 오면서 사고현장을 우연히 봤다고 했다.


경찰이 연이의 차 뒷범퍼를 보더니 웃었다.

"이것은 빼도박도 못하겠네요. 딱 뒤범퍼에 상대차 차량번호가 딱 찍혔네요."

신기하다며 떨고 있는 연이를 잠시 웃게 해줬다. 20여분이 지나자 상대쪽 보험회사 직원이 오고 그쪽 블랙박스를 보자마자 상대쪽이 100퍼센트 잘못이라고 했다. 경찰은 보험회사 직원이 오자 자리를 떠났다. 대인·대물접수를 해주는 것으로 하고 보험회사 직원 연락처를 받았다.


일단 3개월도 안 된 차를 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연이의 몸상태는 좋지 못했다. 조퇴를 하고 엄청 큰 교통사고로 무사히 치료를 마친 한방병원에 다시 들어섰다. 2층에 있는 한방병원의 한약 냄새가 1층까지 전해졌다. 사혈부항과 약침, 침의 고통이 아직 받지도 않았는데 찌릿찌릿했다.


"원장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때 고쳐주셨던 어깨와 목이 오늘 교통사고로 또 망가졌네요."

몇 개월만에 다시 교통사고로 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일이라 원장선생님이 연이를 보더니 놀랐다.


사혈부항을 시작으로 어깨와 목의 고통보다 큰 고통이 또 시작이 되었다. 연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연이는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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