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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행일기] #93. 오늘따라 따뜻한 한기, 전보유예

by 연이

오늘따라 따뜻한 한기, 전보유예


열 서너 번의 찔림에 부항이 어깨와 목 주변에 떠졌다. 그리고는 약침을 놓아주고는 어깨와 목, 머리와 심지어 손가락과 발가락에 침이 놓여졌다. 눈물이 날 만큼 아픈 부위에 침이 놓이자 심장 박동에 따라 침이 움직였다. 그렇게 시간은 10분 가량을 있어야 했다.


고통을 잊기 위해 눈을 감았다. 또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겠냐만은 자꾸 벌어지니 마음이 약해졌다.

'연이 너가 그렇게 나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마.'

이러는 것 같다.


이제는 나가라고 해도 나갈 수 없고 나가기 싫다. 이제 조금 할 만한데 왜 나가야 하냐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방치료는 수 개월을 진행이 되었다. 2016년 1월 1일자 발령을 받아 OO초등학교 근무한 지도 2년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었다. 일찍 발령이 난 동기들은 1년 6개월만에 교육지원청으로 발령이 나 들어갔다. 하나 둘 발령이 나서 움직이고 있었다.


OO초등학교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다른 학교에 적응을 하고 치료까지 받으려면 과연 그 학교에서 다시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이 고민은 다른 고민으로 번졌다. 첫번째 큰 사고로 다친 어깨가 두 번째 다치니 이번에는 좀처럼 낫지 않았다. 병조퇴가 잦아졌다. 치료시간이 길다보니 OO초등학교에서 한방병원까지 오는 시간이 감안하면 병조퇴를 안 할 수 없었다.


이런 시점에서 발령이 나는 것은 이제 조금 적응이 된 연이한테는 좋은 수가 아니었다. 연이에게는 전보유예를 내는 수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전보유예를 쓴다고 모두 받아주는 것은 아닐 테니 기대를 하는 것은 어쩌면 바보같은 짓이었다. 12월 15일이 넘어가자 초조해졌다. 12월 19일, 시교육청 발령이 떴다. 여기에 없어야 지역교육청의 전보유예도 생각할 수 있는데, 정말 떨렸다. 두근두근. 클릭하니 발령자들을 품은 엑셀파일은 참 빨리도 열렸다. CTRL+F를 눌러 연이의 이름을 검색했다.



이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지 않아 교육지원청도 같은 엑셀의 응답을 받았다. 그렇게 전보유예가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에 고마워했다.


12월의 차가운 한기가 오늘따라 따뜻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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