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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행일기] #94. 고마운 실장, 닮고 싶은 실장

by 연이

고마운 실장님, 닮고 싶은 실정님


첫 번째 실장님이 떠나고 온 진이 실장님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휴직을 예고했다. 1년 동안만 보게 될 실장님, 진이 실장님. 1년이라는 정해진 시간이 주는 희소성은 1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평가가 되었다.


2017년 한 해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나쁜 기억은 뿌리를 깊게 내리고 미완성이 된 기억이나 경험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기억의 희미한 조각으로 마음의 어딘가를 돌아다닌다. 하지만, 좋은 기억과 경험은 완성된 기억으로 점점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하고 안타깝게도 희미해진다. (5 연이의 기억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진이 실장님과의 좋은 기억 덕분에 뚜렷하고 묘사가 풍부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그게 너무 아쉽고 소중한 기억을 잃는 같아 마음이 아리다.)


사람은 그렇게 좋은 기억을 잃고 나쁜 기억은 오래 기억하나 보다. 좋은 기억이 훨씬 많은데도 나쁜 기억을 몰아낼 수 없는 것은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 아니라 미완성되고 나쁜 기억과 경험을 통해 절대 겪고 싶지 않은 것임을 마음에 새기려고 하기 때문인 생존의 본능이랄까 아이러니하다. 대부분 모든 사람들이 나쁜 기억은 잊고 싶어 하지만, 잊지 못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일 것임을 연이는 알고 있다.


그래도 진이 실장님에 대한 좋은 기억을 최대한 살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담당자의 권한을 존중해주고 담당자의 업무 자유도를 대폭 상승시켜줬다.


2. 적막한 행정실에 라디오를 틀어줘서 오전에는 클래식과 오후에는 노동요에 가까운 댄스음악이 흘러나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크기의 소리가 행정실을 감싸줬다.


3. 이런저런 업무에 대한 얘기를 풍부하게 들려줬다. 사실 이 부분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지만, 연이에게는 참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이 학교 저 학교 돌아다닌 적이 없는 교행 꼬꼬마에게는 다른 학교의 업무처리 방식도 들을 수 있고, 해결 과정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4. 사람에 대한 믿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실장이라는 것은 오자마자 알았다. 쫄보인 연이에게는 '눈치'라는 것이 발달했다. 모든 사람과 사물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하도록 눈치가 발달이 되었다. 그 덕분에 글을 쓸 수 있는 감각이 발달한 것일 수도 있다. 가장 힘든 것이 업무가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5. 한 번 인연이 닿은 사람에 대한 존중.(5년이 지나 6 차에 접어든 지금도 연이는 OO초등학교에서 만난 실장님, 차석, 영양사, 실무사, 사회복무요원과 연락을 하고 지낸다. 연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런 존중을 배웠기 때문이고 그들과의 유대와 인연이 소중하게 만들어준 관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장님이 '다 되어 있을 거야'라는 교행에 대한 모토를 갖게 해 줬다면 진이 실장님은 연이에게 언젠가 연이가 어떤 실장님이 될 것인가 하는 닮고 싶은 표본을 만들어준 고마운 실장님이었다. 따뜻함, 정이 있는 분. 행정실도 화기애애하게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준 분이기도 했다.


앞으로 따라가야 할 실장님으로 연이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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