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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Dec 01. 2021

[교행일기] #95. 휴직에 대한 고민

휴직에 대한 고민


연이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계속 한방병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커다란 사고가 났는데, 골절 하나 없었지만 좀처럼 낫지 않는 어깨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다. 2년 되었을 때는 이런 이유로 전보유예가 받아들여져 OO초등학교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 6개월 뒤에는 가야 하는 몸이라 조금씩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시간은 더디게 갔지만, 한 달이란 시간은 의외로 빨리 갔다. 어깨 통증으로 한방치료와 도수치료를 받는 날이 많아질수록 연이의 고민은 점차 증폭이 되었다. 낫지 않는 어깨는 계속되었고,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2년 차의 5월 중순이 넘을 무렵, 어깨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 MRI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낫지 않는 이유가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검사 결과는 바로 나왔다. 회전근개파열과 석회성 건염이었다. 둘 다 어깨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었지만, 주범은 회전근개파열에 관련 부분이었다. 파열 부분이 크지 않지만, 자연치유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 조심스레 의사가 수술을 권유했다. 아마 교통사고로 다친 부분이 이곳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연이가 공무원에 최종 합격하자마자 어머니가 낙상사고로 어깨 수술을 하고 2년이 넘는 현재까지 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보니 쉽게 결정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왜 어깨가 아픈지 원인을 알아내서 속은 시원했지만, 수술을 하고 나면 손을 쓰지 못할 테고 교행직이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치명적이었다. 휴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초래된다는 말이었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이 더해졌다.


그러는 사이 다시 전보기간이 다가왔다. 학교를 옮겨서 수술을 한다고 하면 갑자기 빠진 자리에 사람을 주지 않을 게 뻔했고, 그렇다고 OO초등학교에서 있다가 어깨가 더 안 좋아지면 그것도 큰일이었다. 더욱이 한창 업무를 배울 교행 꼬꼬마가 휴직을 하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는 것 또한 문제였다.


몇 날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다시 한번 전보유예를 내기로 했다. 이번에는 정밀검사를 했던 MRI와 진단서를 같이 제출하고 유예사유에 되도록 자세히 기술을 했다. 이 또한 받아줄지는 모르지만, 일단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기로 했다.


어깨가 아파서 팔운동을 할 수 없으니 근육이 점차 줄고 어깨를 받쳐주는 근육이 주니 통증을 더 심해졌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서서히 어깨 근육을 강화를 하고 통증을 잡아내면 되지 않을까 했다. 수술이 아닌 근육 강화훈련과 통증을 잡아내는 한방치료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려면 전보유예가 받아들여져야 했다.


결정을 내리고 나니 빠르게 흐르던 시간은 한없이 더디게 흘러갔다. 하루가 총알같이 빠르고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잡을 수 없었는데, 이제는 그 시간이 초단위로 슬로비디오의 물체의 움직임처럼 느리게 흘렀다. 연이가 있는 장소에 엄청난 중력장이 흘러 시간의 흐름을 늦추었는지 처음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을 느꼈다.


다행히 전보유예는 받아들여졌고, 휴직에 대한 고민이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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