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OO초등학교, 전보
푹푹 찌던 더위가 가고 9월의 중순이 넘어가고 있었다. 연이는 노무관리 점검 파일을 완성해서 USB에 담았다. 연차부터 퇴직금까지 일일이 학교마다 점검을 하는 컨설팅 같은 개념이었지만, 준비하는 급여담당자에게는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상 감사에 가까운 일이라 파일의 완성도는 교행 꼬꼬마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저 그들의 눈에 조금이나마 덜 띄었으면 하는 쫄보의 심정으로 교육지원청으로 향했다.
몇 시간의 점검은 추적추적 비 오는 소리와 함께 시작이 되었고, 그렇게 작은 지적사항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그 지적사항과 함께 칭찬도 받았다. 이제 조금 급여담당자로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연이는 내심 마음이 뿌듯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중충한 하늘의 회색빛이 청명한 푸른빛을 가려 마음의 먹구름을 만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연이는 비 오는 날을 유난히 싫어했다.
하지만, 요즘 한방병원과 운동치료로 어깨를 잘 치료하고 있어 아픈 날과 안 아픈 날의 구분이 선명했다. 이렇게 흐린 날에는 어깨의 통증은 배가 되어 미간이 찌푸려졌다. 칭찬을 받은 기쁨으로 통증이 희석되길 바라며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은 유난히 청명한 하늘이었다. 하늘의 높음이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진파랑도 아닌 찐찐파랑에 가까운 그런 하늘을 만들었다. 어제와 판이하게 다른 오늘을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차창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학교에 도착해 블라인드를 올리고 일을 시작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그 사이 행정실에 잠들어 있던 어둠과 어둠의 향기를 반짝이는 햇살과 신선한 공기로 채우려고 창문을 열었다.
그렇게 오전의 업무를 이제 좀 능숙하게 마치고 교장실에 결재를 맡으러 올라갔다가 행정실에 내려왔다. 행정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생경하게 낯설었다. 사회복무요원이 입을 열었다.
"연이 주무관님, 저 두고 가시고 이제 삐뚤어질 거예요."
엥? 연이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두리번거렸다. 실장도 차석도 실무사도 서로의 눈만 쳐다볼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뭔가 잘못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정기 발령이 있은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인데, 설마, 아니지 아닐 거야.'
연이의 '설마'는 참 야속하게도 맞았나 보다. 인사담당자의 배려인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발령을 낸 것이다. 인사발령 엑셀 파일에서 연이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 일시정지 버튼이 눌러져 한참을 멍해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는 작동을 멈춘 뇌는 그저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연이가 OO초등학교를 떠나는구나,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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