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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Dec 03. 2021

[교행일기] #97. 인사발령에 따른 업무협의

인사발령에 따른 업무협의


연이의 10월 1일자 인사발령은 정기인사가 아닌 비정기인사였다. 연이가 가게 될 학교의 주무관님이 8급에서 7급으로 승진으로 다른 학교로 가게 되었고, 그 자리가 비어 연이가 그쪽으로 발령이 나는 것이었다.


인사발령이 뜬 지 얼마되지 않아 멍해 있는 연이를 깨운 실장은 발령학교의 떠나는 주무관에게 쪽지를 보내 인사를 언제 가면 될지 물어보라고 했다. 쪽지를 보내고 얼마 안 있어서 내일 와도 된다는 쪽지를 받았다. 실장님은 교장선생님에게 연이의 발령 얘기와 함께 그쪽 학교에 연이를 데리고 인사를 해주기 위한 일련의 업무를 진행했다.


두 어번의 쪽지가 오가고 시간을 잡고, 연이는 출장을 올렸다. 발령으로 인한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오전 9시 50분에 떠난 교장선생님, 실장님, 연이는 그렇게 대로변에 위치한 산 아래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보다 키가 높은 담장이 있고 대로변보다 높은 언덕을 깎아 지은 학교는 OO초등학교와는 전혀 다른 연륜이 묻어 있는 학교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아니 모를 수 없었다. 떨리는 마음으로도 여기는 연이가 있던 OO초등학교의 분위기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보였다.


산을 배경으로 남향의 햇살이 학교로 내리비치는 좋은 곳에 위치하고 알록달록한 벽면이 참 조화가 잘 어울어졌지만, 연이에게는 OO초등학교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세 명을 태운 차의 배기음이 언덕을 오르기 위해 소리를 키우자 교문을 지나 학교 뒤편 주차장까지 금세 진입을 했다. 긴장의 연속이었는지 버스로도 멀미를 이제는 하지 않던 연이가 속이 울렁거렸다. 실장님과 교장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한바탕 변기를 잡고 쏟아내고 입가를 씻은 연이의 눈앞에는 거울에 비친 낯선 이의 초췌한 얼굴이 연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연이야! 정신 차리자. 이러다 이쪽 학교에 오기도 전에 쓰러질라.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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