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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Dec 05. 2021

[교행일기] #98. 변화가 싫구나?

발령으로 인한 연이의 마음


OO초등학교의 교문까지 내려오는 살짝 내리막길의 진동이 연이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했다. 그 진동이 좋아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길인데, 사람이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발령에 따른 업무협의라고 했지만, ■■초등학교에 연이를 인사시키러 가는 목적,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니었다. 잠시 동안 다른 학교의 방문만으로도 OO초등학교가 이리 다른지를 경험한 연이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OO초등학교의 좋은 점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그게 정상적인 반응일 테지만, 연이는 초조·불안·어미새 잃은 아기새 마냥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 연이는 매번 앉던 자리, 버스 뒷바퀴가 있던 곳의 불편한 자리, 그래서 제일 늦게 채워지는 자리, 매번 비어있던 자리에 앉았다. 차창에 비친 따스함과 버스가 가면서 도로면과의 굴곡 사이에 일으키는 마찰음과 진동은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느끼는 그런 편안함을 아주 잠시 만들어주었다. 마찰음도 진동도 잠시 연이의 감각기관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연이의 몸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듯 찰나의 순간 동안의 집중력이 상승했다.


'연이야, 왜 불안해?'

누군가 연이에게 물었다. 누군가는 미지의 존재인지 연이의 마음속 물음인지 모르지만, 연이에게 물었다.

'그거야, OO초등학교 하고는 천지차이로 다르고, 사람들도 그렇고...'

우물쭈물 대답하는 연이는 아이 같았다.

'변화가 싫구나?'

곧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미지의 존재가 맞았다.


손을 뻗으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고, 교무실, 교장실, 1학년 교실의 맨 끝에는 무엇이 있고, 2층 테라스와 연이의 생각 의자가 있는 운동장도 등나무도 모두 익숙한 장소인데, 그것과 헤어지는 게 싫었다. 제일 싫은 것은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다. 그들과의 추억이 있는 이곳을 떠나 낯선 곳에 간다는 것은 도무지 지금의 연이의 마음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싫었다.


발령이 나고 3일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정리를 한다는 사실에 연이는 더욱 난감했다. 좋은 사람들과의 헤어짐을 정리하기에도 벅찬 시간인데, 일까지 정리를 하고 가야 한다는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마음의 정리는 그렇게 더디게 흘러 변화를 계속해서 밀어내고 있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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