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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Dec 09. 2021

[교행일기] #101. 새로운 학교, 다시 시작

새로운 학교, 다시 시작


네이버 지도를 열어 도착지를 ■■초등학교로 지정을 하고 길찾기를 눌렀다. 대중교통을 터치를 하니 한 번에 가는 버스는 많았다. 마을버스도 있고 버스도 여럿 있었다. 문제는 버스를 타는 시간은 고작 10분 내외인데, 걷는 시간이 그것에 두 배가 되었다. 버스를 타고 걷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28분, 처음부터 걸어서 ■■초등학교까지 가는 시간은 35분, 7분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것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계산해서 다시 소요시간을 계산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시간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처음 몇 번은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된 버스 연착은 짜증만 불러올 뿐이었다. 차라리 통근 방법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걷기로 했다. 걷는 방법을 선택하니 버스비도 절약이 되고 자동으로 운동도 되니 일석이조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걷고 일하면서 또 움직이는 운동량이 다해지니 버거웠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도 했나. 금세 적응이 되었다. 그렇게 고양이 버스를 타고 다니던 연이가 뚜벅이 연이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얼마나 걸릴지 몰라 35분에 20분을 더해서 그리고 5분을 더해서 1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을 했다. 그래도 OO초등학교에 출근하는 시간보다 더 늦게 나와도 되었다. 집에서 대각선으로 건물과 아파트 사이로 요리조리 뚫고 지나가는 길을 선택했다. 출근하기 위해 서두른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 이른 새벽 농수산물 시장에서 오늘 팔 음식의 식재료를 떼와서 가게 문을 여는 상인들, 이른 아침에 자신의 집 마당을 비질을 하던 습관으로 아파트 곳곳을 쓰는 어르신, 그리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이 연이가 출근하는 길목마다 새로운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OO초등학교에 버스로 출근할 때는 빠르게 지나가서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걸으면서 보니 세밀하고 섬세하게 그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보였다. 그중 연이도 있었다. 공시생 때 자주 가던 도서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시간이면 벌써 집중 한 타임을 끝내고 살짝 도서관 창문에서 공원을 바라보던 시간인데, 그 공원에 연이가 걷고 있었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다 보니 아침운동을 하러 나온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을 스쳐 지나가며, 따스한 햇살을 쬐며 벤치에 앉아있는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을 마주했다. 이른 아침 짧게나마 조기축구를 하러 온 어느 회사 직원들의 함성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렇게 돌아 돌아 산 아래 있는 학교에 다다르니 학교의 전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봄에는 만발한 꽃들이, 여름에는 싱그러움이, 가을에는 단풍의 울긋불긋함이, 겨울에는 눈꽃들이 연이를 맞이해줬다. 그렇게 연이는 OO초등학교가 아닌 ■■초등학교에 녹아들고 있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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