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삼석이다
■■초등학교는 산 밑에 있는 학교이다 보니 담장이 운동장보다 낮고 대로변보다 높아 사람의 키 두 배 되는 담장 때문에 학교가 대로변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산 능선의 끝자락에 학교를 지어서 학생들은 학교를 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다. 당연히 느려지는 걸음걸이에 앞사람의 발을 쳐다보며 오른다. 연이도 대로변에서 보이는 살짝 언덕이 있는 교문을 향해 힘차게 걸어 오르고 있다. 학생들과 보폭을 맞추며 인사를 하는 아이들에게 눈인사를 하며 같이 올랐다.
OO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실장님과 같이 차를 타고 왔을 때는 몰랐는데, 살짝 오르막이 아니라 눈이 오면 차가 오르지 못할 정도의 오르막이었다. 학교는 현대화 과정을 거쳤지만, 행정실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많기도 하고 뭔가 없기도 했다.
그것만 문제는 아니었다. 학교의 학생이 적어 15학급에 특수 1학급으로 행정실에는 실장님과 연이 두 명만 근무하는 환경이었다. 당연히 시설주무관님과 사회복무요원은 있었지만, 실제 행정업무를 하는 사람은 2명이었다. 연이는 이 학교가 이런 줄 까마득하게 몰랐다. 다들 행정실에는 3명은 있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강화가 아닌 이상 그렇다고 들었다. 하지만, 여기는 이른바 "도심 속 강화 학교"였다.
이 정도의 학생수를 2명이 감당하는 최대치인 듯 연이의 업무영역은 삼석 업무 전부와 차석 업무 중 일부가 섞여 있는 상태였다. 이른바 차삼석이었다. (사실 이런 말은 없다. 연이가 부르기 쉽게 차석과 삼석을 줄여서 말한 것이니 이해해 주셔요.) 삼석 업무 했다 차석 업무 했다 정신없는 하루 하루가 그렇게 흘러갔다. 시간을 쪼개어 쓰는 것이 익숙했지만, 업무량이 OO초등학교에 비해 몇 배가 되었다. 정확히는 양은 비슷한 것 같은데, 일의 종류가 많아졌다. 모르던 업무도 있고 알던 업무 중 더 심화되는 부분도 있었다. 행정실에 오면 연이를 모두 찾기에 그들의 눈을 마주하고 얘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업무를 볼 시간 자체가 대폭 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전임자는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하여 가는 전보 케이스라 연이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베테랑이었다. 전임자가 한 업무를 찾아보고 그에 준해서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전임자의 업무스타일을 알게 되었다.
'와우, 이 많은 것을 어떻게 했지?'
베테랑의 포스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연이가 과연 전임자의 반의 반이라도 쫓아갈 수 있을지 염려가 되었다. 갑자기 쫄보가 된 연이는 채팅창에 반짝임에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다. 솔이 주무관님이었다.
"연이 주무관님~~~ 어떠셔요? 울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울고 싶다고요. 사람이 없으니 누구에게 도와달라는 말 같은 것은 정말 사치스러운 말이 되었다.
"어찌 알았어요?"
"이럴 줄 알았어요. 조만간에 차석 주무관님하고 다들 한 번 찾아간다고 하니 잘 지내셔요."
이리 고마울 줄이야. 그렇게 바쁜 하루가 갔다. 점점 익숙해질 줄 알지만, 버겁기는 하다.
연이야, 힘내보자.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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