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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Dec 12. 2021

[교행일기] #103. 다시 찾은 학교, 인수인계

다시 찾은 학교, 인수인계


연이가 ■■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은 지도 4일이 지났다.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을 만한 4일이 지나고 5일째가 되었다. ○○초등학교에 연이 후임자로 발령받은 신규는 어찌 지냈을까? 연이도 연이이지만, 신규의 마음은 어떨지 연이는 그 과정을 겪어낸 선배로서 참 마음이 짠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언덕을 오르고 있는 연이를 발견했다. 5일밖에 안 되었는데, 매일 같이 ○○초등학교가 생각났다. 비교대상이 있다는 사실은 좋은 것일 수도 아닐 수도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게 힘들었다면 ■■초등학교에서 근무가 수월했겠지만, 그것은 반대였다.


초임지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초임지에서 많은 것을 받아왔다는 사실에 좋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어쩌면 ■■초등학교의 근무가 보통적인 교육행정직의 근무일 것이고, ○○초등학교의 근무가 예외적인 것일  있다는 사실에 연이는 한순간에 온실  화초가  기분이었다. 비바람을 이기며 혹독하게 자란 나무가 아닌 온실 속에서 자란 나무는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노출이 되는 순간  가지의 갈래  선택의 기로에  있게 된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사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버텨서 현재의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은 나무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연이는 인수인계를 위해 ○○초등학교로 가는 버스에 올라 ■■초등학교 뒤에 있는 산속에 수많은 나무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비바람을 이기며 혹독하게 자란 나무, 기나긴 겨울을 보낸 나무. 연이는 나무가 부러웠다. 아니 존경스러워졌다. OO초등학교에 다가오자 마음이 편안하고 안온해졌다. 일렁이는 마음의 파도에서 잠시 연이의 마음은 고향을 찾은 것처럼 엄마의 품처럼 차분해졌다. 연이는 버스에서 내려서 2015 12 말에 발령받기 전의 연이처럼 ○○초등학교를 바라봤다. 아주 잠시 인수인계를 위해 방문한 학교이지만, 이제  학교에는 연이의 자리가 없었다. 낯설고 생경한 느낌은 없었지만, 연이가 머물던 모든 자리는 그대로이지만, 연이가 없었다.


약간 오르막이 있는 연이가 좋아하는 길을 따라 행정실로 올라갔다. 현관문에 들어서자 낯선 느낌이 들었다. 아주 잠시지만, 행정실 문 앞에 서서 바로 들어가지 못했다. 수 천 번 이 문을 열고 닫으면서 행정실을 왔다 갔다 했지만, 지금은 남의 학교가 되어 조심히 행정실의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들어오라는 '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조금 열어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반가운 얼굴들이 연이를 맞아주었다. 얘기 꽃을 피워도 한참을 피워야 하지만, 신규 주무관님의 애타는 얼굴에 10월 급여가 급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연이가 전임자의 호의로 2016년 1월 급여를 돌리는 장면을 옆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2018년 10월 급여를 신규 주무관님 옆에 두고 설명해가며 연이만의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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