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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Dec 16. 2021

[교행일기] #104. 이상한 것이 나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이 나기 시작했다


연이의 몸에 이상반응이 시작되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이 손이었는지 손에 도돌도돌 쌍쌍이 수포가 잡히기 시작했다. 엄청 가려운 이 녀석들은 연이를 낮에도 밤에도 쉴 새 없이 간지럽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들은 연이의 손에 번져가기 시작했다. OO초등학교에서 ㅁㅁ초등학교로 옮긴 지 10일 만에 연이는 피부과를 내원할 수밖에 없었다.


불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는 사실을 연이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피부과에서 준 약을 하루 이틀 먹고 연고를 발라도 좀처럼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두어 번 같은 피부과를 가도 낫지 않았다. 그렇게 피부과를 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잠만 잘 수 있으면 좋으련만이 저절로 외쳐지는 순간까지 왔다. 그러다 학교 앞에 피부과를 갔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어디에서 근무하시나요?"

"...."

연이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의사의 묻는 의도를 알 수 없어서였기도 했지만, 개인정보를 그렇게 쉽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서너 번 질문이 오가고 손에 나는 이 녀석의 정체가 한포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몸에까지 나기 시작한 다른 형태의 피부병은 원인과 정체는 알 수 없는 알레르기라고 했다. 의사는 덧붙여 공사장이나 쓰레기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작업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자주 발생하는 알레르기로 보인다는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먹기 시작한 약은 ㅁㅁ초등학교를 벗어나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날 때까지 먹었다. 무려 2년 2개월. 다른 학교 발령을 받아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좋아지기 시작했다.


의사가 말했던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는 말에 적극 공감은 갔지만, 뭔가 뾰족한 수가 없었던 그 시기를 생각하면 연이의 마음이 아리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몸에 이상반응으로 나타나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공격받기 쉬운 피부에 나타난다라...


현재의 연이가 과거 그 당시의 연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조금만 견뎌주길 바란다였다. 그리고 과거의 연이에게 현재의 연이는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힘듦의 시기는 누구나 있고 그 시기는 지나간다. 혹시나 현재가 힘들어 도망치고 싶고 그만두고 싶고 뭔가 다른 생각이 난다면 미래의 당신이 응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견뎌보라 말하고 싶다. 진짜 과감히 도망갈 것이 아니면 말이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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