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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Dec 08. 2021

[교행일기] #100. 아쉬운 이별, 환송회

아쉬운 이별, 환송회


정신이 하나도 없던 하루, 발령장 수여식을 받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느꼈던 그 생경함, 다시 빠르게 지나갔던 나머지 시간들. 그렇게 OO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하루는 지나갔다. 이별은 언제나 아쉽다. 다시 만나겠지만, 이런 멤버들이 한 번에 모여 다시 일은 못할 것이기에 그것이 아쉽다. 아쉬운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환송회를 위해 술을 마시지 못하던 연이를 위해 술 없는 고기파티를 했다.


살살 녹는 고기들이 구워지고 어느새 해는 지고 그 자리에 어둠을 몰고 왔다. 노릇노릇 구워진 생삼겹살에 여름날 OO초등학교 추억 하나, 양념갈비 한 점에 등나무 추억 하나가 입안으로 들어갔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이 기분은 나중에 간직하기로 했다. 애써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연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2차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파스쿠치로 향했다. 저녁시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던 연이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기름진 고기가 오랜만에 들어가니 속이 영 불편했다.(아마 아쉬움으로 속이 불편한 걸 연이는 알지 못했다) 씁쓸한 커피가 빨대를 타고 입안으로 들어가니 쓴맛의 커피향으로 느끼함을 잡아줬다.


이때까지는 정말 재미있기도 했고 거의 완벽한 환송회였다. 그 아메리카노의 씁쓸한 쓴맛이 몇 십분 후의 인생의 씁쓸함을 경험할 줄은 정말 몰랐다. 실장님, 차석 주무관님, 솔이 주무관님, 알파조 사회복무요원, 알파조 후임 사회복무요원, 그리고 연이가 모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연이의 환송회에 뒤늦게 참석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었다. 불안했다. 그들을 알기에 더 불안했다. 시간도 얼추 8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파장 분위기였기에 끝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10여분 후 그들이 왔다. 카페 뒤에 있는 포장마차 같은 술집으로 우리를 인도한 그들은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 술을 다들 마시지 못할 상황이었다.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해야 하는 그들이기에 연이가 되려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연이 주무관님, OO초등학교 첫 회식 때 술 잘 마시던데, 처음과 끝은 같아야지."

그들은 얼큰하게 취기가 올랐는지 자꾸 술을 권했다. 연이는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연이의 아픈 상처를 들쑤셨다. 그때도 그랬다. 처음이라 술을 권하는 그들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어서 분위기를 맞춰주고자 술을 마셨었다. 그렇게 그 당시 한 잔 두 잔 마시기 시작한 소주의 잔은 6잔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빈속에 말이다. 땅이 올라오고 속이 뒤집어졌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처음으로 고민하던 그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연이의 환송회다. 연이는 다들 싫어하는 술을 권하는 그들을 보며 점점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기분의 환송회였는데, 모든 게 이상하게 흘러갔다. 조용히 얘기를 더 하고 싶었던 연이의 바람은 무참히 버려졌다. 손사래를 치면 달아나는 솔이 주무관님, 아닙니다 하는 실장님, 어쩔 수 없이 먹고 있는 알파조. 정말 싫었다.


"그만 좀 하시면 안 될까요? 처음과 끝이요?"

화가 치밀어 의자를 박차고 소리를 질렀다. 연이의 화는 분노와 함께 활활 탔다. 그들은 황당하는 표정을 지었고 분위기는 갑자기 싸해졌다. 실장님과 차석주무관님, 솔이 주무관님은 연이를 끌고 공원으로 향했다. 분함에 눈물이 났다. 아까 꾹꾹 눌렀던 감정이 복받쳐서 울었다. 기분 좋았던 환송회는 그렇게 잊지 못할 환송회가 되었다.


그들을 보려고 했던 이유는 있었다. 그들이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에 대한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못다한 얘기를 같이 하며 1시간 정도만 더 있다가 헤어지면 되겠다고 생각했기에 수락을 했던 것이지 이렇게 술을 못 먹여서 안달이 난 그런 환송회였으면 절대 수락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화낸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그들에게 화를 낸 것은 잘못이라는 실장님의 말은 옳았다. 연이도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그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들도 그들의 마음을 연이에게 전했다. 오해는 서로의 얘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아쉬움을 푸는 방식의 차이가 달랐을 뿐이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공원에서 잠시 앉아 얘기가 더 오갔다. 현재 실장님의 고민과 차석주무관님의 고민이 잠시 연이의 마음에 닿았다. 그들에게 그런 아픔이 있을 줄은 알지 못했다. 그런 얘기를 해주시기 어려웠을 텐데, 감사했고, 고마웠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실장님, 차석주무관님, 솔이주무관님, 연이는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 서로를 쳐다보며 환송회를 마무리를 했다. 헤어짐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다.


돌고 돌다보면 또 다시 만날 OO초등학교 행정실 식구들. 안녕.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교행 꼬꼬마 연이를 이만큼 성장하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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