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생각
한숨이 나왔다. 한숨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리라는 생각은 평소에는 하지 못했다. 모든 게 누구의 기준에 맞춰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톱니바퀴처럼 거대한 학교가 움직이다 보니 개개인의 희생이 따를 때도 있고 개개인의 마음과 맞지 않을 때도 많다.
연이는 요즘 거대한 학교에서 행정실의 내 자리에 과연 잘 안착을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다. 6년이란 시간을 이 직종에 몸 담아 일을 하면서 아직 맞지 않은 옷을 입지는 않았나 고민을 할 때가 있다. 공무원으로서의 청렴과 사명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며 일을 하려 하지만, 어쩔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고민의 주제는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연이의 마음이었다. 그 '어쩔 수 없는 것'이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는 것이면 사실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 누군가가 '연이' 자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자신의 위치에서 '학교'라는 조직 사회에서 맡은 바를 성실히 수행하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항상 조직에서는 갈등이 벌어지고 그런 갈등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할 때 자주 벌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당사자끼리 해결이 되면 또 잘 움직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갈등의 씨앗은 불씨가 되어 삽시간에 다른 곳으로 번지게 마련이니 참 아이러니하게 나비효과가 연이 자신까지 미칠 때가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것'은 결국 연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 무엇인데, 그 어쩔 수 없는 것이 결국 연이 자신의 문제까지 개입을 하는 순간 연이의 문제가 되어 버리는 아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0대 중반의 삶을 사는 동안 연이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생각을 회피해왔다. 이유는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걱정은 사실상 생각의 소모가 상당히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생각보다 '앞으로 연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더욱 집중해왔다.
오늘따라 뜬금없이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역시 '없다'가 정답이다. 더욱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일밖에 없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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