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 한 숟가락
매서운 한기가 칼바람을 타고 대기의 온도를 끌어내려 옷깃을 여미고 들어오는 냉기를 막아보고자 목을 최대한 양어깨 밑으로 집어넣고 종종거리며 걷고 있는 사람들을 연이는 차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행정실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일찍 학교에 와버렸다. 1월 1일에 새해 첫날에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을 휴대폰 메모장으로 정리를 해놓았던 것을 슬쩍슬쩍 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에는 선생님도 많고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도 많았기에 아직 얼굴이 익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이 쓰는 마스크였다. 마스크를 쓴 얼굴을 먼저 익힌 사람은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얼굴을 전혀 알 수 없기에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처럼 다시 사람의 얼굴을 익혀야 했다.
그런 어려움 속에 누군가의 얼굴을 찾고 있다. 1월 1일 자로 바뀌는 새로운 실장. 다른 행정실 직원들은 실장의 얼굴을 보았지만, 연이는 그 시간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빠졌기에 알 수 없었다. 모르기에 생기는 떨림은 새로운 사람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이었다. 관성의 법칙은 물리학에서만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매년 실장님이 바뀌어 짧은 연이의 교행 근무경력에 많은 실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마다 느끼는 이 떨림은 매번 마주해도 좋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연이 주무관~~ 연이 주무관~~~"
자리에 앉을 만하면 불러대는 통에 머리가 어찔했다. 학교도 같고, 행정실도 같은데, 새로운 학교가 된 것 같았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뭔가 새로움을 품고 넘어가는 해였다. 연일 터지는 코로나 확진자로 뉴스와 포털의 메인은 코로나가 장악했다. 그런 속에서 바뀐 실장은 학교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행정실에는 연이와 둘 뿐이었기에 자연스레 묻는 횟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대답을 안 할 수 없고, 밀려오는 행정실 업무에 치여 정신이 점점 혼미해졌다. 천정에 있는 난방기의 열풍의 온도가 행정실을 데우는 속도보다 연이의 마음속에 바쁨의 종종거리는 떨림이 연이의 체온을 올리는 속도가 더 빨랐다. 꽁꽁 싸매며 들어오는 선생님들과 달리 연이는 셔츠의 소매를 말아 걷고 선생님을 맞이했다.
그때의 기억이 소환되는 통에 다시 몸의 온도가 그때처럼 높아지는 듯 차 유리에 조금씩 습기가 차기 시작했다. 빠르게 다시 모르는 얼굴을 찾고 있는 연이는 그 누군가를 발견했다. 연이의 마음은 바쁨 한 숟가락을 먹었지만, 그때처럼 마음의 한기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차문을 열고 행정실로 향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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