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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an 14. 2022

[교행일기] #109. 세 가지 마음

세 가지 마음


조금 빠른 고양이 버스도 돌고 도는 생쥐 버스도 탈 수 없고 OO초등학교로 갈 수 없는 그런 날이 이어졌다. 연이만 그곳에서 빠져나와 ■■초등학교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의 한구석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집과 가까워진 학교가 못내 이상스레 느껴졌다. 따로 주차장이 없는 빌라들이 밀집해 있는 곳을 지날 때면 양옆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 사이로 비켜줬다가 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 길은 도서관으로 이어져 있는 길이다. 연이라는 사람은 한 사람인데, 마음이 세 개가 되었다.


공시생일 때의 연이의 마음은 회색빛이었다. 기쁜 일도 좋은 일도 없고 나쁜 일도 없는 그저 그런 날들의 반복이었다. 10년이란 시간을 걸어 다녔는데 이 길에 무엇이 있는지 길과 길 사이가 어떤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당연한 일이었다. 한쪽 손에 쥔 암기장을 보며 차만 피하려고 쓰는 눈과 머릿속에는 암기한 것을 되뇌며 걷고 있었다. 그저 그렇게 그 길을 수없이 배경처럼 지나다녔다.


교행에 합격하고 그 길에 접어든 연이의 마음은 밝은 주홍빛이었다. 어떤 것을 봐도 따스했고, 가을의 낙엽을 보고도 웃음이 나왔다. 느긋한 마음에 여유란 것이 생겼다. 도서관을 공부를 하기 위한 장소로 이용했던 연이가 이제는 책을 읽기 위한 장소로 이용하기 위해 갔다. 그렇게 12월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앉았던 열람실 자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안녕을 전했다.


2년 9개월이 지나 10월 초부터 연이의 마음은 검은 먹구름과 비견이 될 정도로 주홍빛이던 그 좋은 기억이 있었나 할 정도였다. 마음의 총총거림이 그저 쓰리고 아렸다. 혼자서 뭐든 해야 하고 누군가와 뭔가 하기보다는 다 연이만 바라보는 그런 위치에 부담감으로 학교로 가는 발이 무겁기 그지없었다. 마음의 드리운 먹구름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언제라도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날들이 마음에 이어졌다. 시간은 가겠지만, 그리 시간이 가고 나면 연이의 마음의 상처는 과연 어떻게 될까?


회색 마음과 주홍 마음과 검은 마음이 연이의 기억 속에 아련히 춤을 춘다. 학교 가기 싫어 마음을 맴도는 꼬꼬마 연이가 된다. 지금은 어떤 마음일까? 과거의 연이가 미래의 연이에게 묻는다. 괜찮냐고. 괜찮았냐고.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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