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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Feb 09. 2022

[교행일기] #111. 꿈속에서도 일하는 나

꿈속에서도 일하는 나


한참을 연말정산에 시달리던 연이는 아뿔사 급여마감 기한을 놓쳐버렸다. 밤새서 연말정산을 한 것 같은데, 그대로였다. 이게 뭐지? 하는 순간 갑자기 해와 달이 연속으로 지나갔다. 다시 연말정산이 시작이 되었다. 뭔가 잘못이 되었다. 금방 연말정산을 했는데, 다시 연말정산을 하는 시간이라니. 미친 듯이 또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또 해와 달이 연속으로 지나가더니 연말정산이 다시 시작이 되었다. 그렇게 연이는 연말정산을 10번을 하고서야 뭐가 이 세계는 정상적인 세계가 아니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벗아나는 길을 알 수 없었다. 엉덩이가 들리지 않는 이 기분, 의자와 혼연일체가 된 이 기분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게 11번째 연말정산이 시작될 무렵, 뜻밖의 틈이 보였다. 연말정산을 해주고 난 선생님의 한 분이 고맙다는 표시로 음료수를 건넨 것이었다. 물도 못 마시고 있는 연이를 보고 건넨 고마움에 따스함이 퍼졌다. 그 따스함을 간직한 마음은 의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일어나지 못한 연이의 다리에 힘이 되어 행정실을 벗어나며 하얗게 그곳을 빠져나왔다. 꿈이었지만, 지겹도록 연말정산을 했다.


연말정산에 시달린 연이에게 음료수를 건넨 고마운 선생님은 누굴까?

꿈속에 갇혀 일하던 나를 빠져나올 수 있게 한 고마움으로 오늘도 일을 나간다.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이런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익숙하겠지만, 역시 변수에 대한 대처는 나아질까? 고민이 많아지는 밤이다. 미래의 연이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해줄까? 지금의 연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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