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페이스
교행 7년 차에 접어든 연이는 이제 조금은 교행 꼬꼬마에서 벗어난 듯싶었다. 그게 맞는 듯했는데, 여지없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오만과 자만이지 않을까 싶었다.
며칠 째 학교에서 돌아오면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느라 다시 EVPN을 켜곤 했다. 좋아하던 글도 쓸 수 없고 참 서글픈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6년 차 때까지 연이만의 단 하나의 룰을 정했었다. 교행의 세계에서 연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그것은 일의 중요도에 따른 완성도 높은 단 한 번의 일처리였다. 말이 어렵지 단순하게 얘기하면 오늘 꼭 처리할 일을 선별하여 두 번이 아닌 단 한 번의 실행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많이 알아야 하고, 사전작업도 있어야 했다.
교행 업무에는 변수가 많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자 해도 되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느 정도 중간관리자와 최고관리자 간의 조율이 끝나고 나서 시작을 하면 여러 차례 힘을 주지 않더라도 한 방에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7년 차에 접어들면서 조금 다른 양상의 일들이 벌어지고 나만의 페이스가 있었던 연이에게도 훅훅 치고 들어오는 일들에 흠씬 두들겨 맞아 정신이 없고 멀미가 날 지경이다.
그런 일들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다시 겪으려니 힘이 들어가고 몸이 뻣뻣해지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연이만의 교행실무매뉴얼로 단번에 처리하는 일은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나머지 것들은 변수로 조금은 힘겹게 헤쳐나가고 있다.
페이스가 올라 숨이 가쁘고 심장이 터질 듯 머리가 아프고 멀미가 난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 숨 가쁜 이 어지러운 페이스를 이겨내고 나면 연이는 또 한 번 성장을 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