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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pr 13. 2023

[교행일기] #135. 마나(Mana) 고갈의 비밀

마나(Mana) 고갈의 비밀


사람이 힘이 없다고 하면 과연 힘이 무엇일까?

왜 이런 아주 간단한 질문에 쭈뼛쭈뼛 거리고 있을까?


단순하게 체력적인 면에서 바라보는 힘만이 아니란 걸 연이는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랄까. 무엇인가를 할 힘이 없다는 것은 숱하게 따라붙는 '게으름'으로 치부하기에는 애매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몇 개월이란 시간 동안 계속해서 내 자신에게 되물었다.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것일까 아니면 직장을 얻었다는 기쁨이 일상화로 빠져버린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 어떤 무엇인가를 연이에게서 가져가 버린 것일까?


연이는 그것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고전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5시에 일어났던 연이였는데, 그래 과거형이다.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니 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열정을 지닌 연이였는데, 그래 이것도 과거형이다. 사람은 변한다고 하지만 너무도 변해버린 외모, 아니 그 내면의 그 무엇인가 역시 변해 있었다. 이것도 과거형이다. 변해버려서 그저 어항 속에 갇힌 금붕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기를 수 일째 되었다.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긴 줄 처음 알았다. 


차츰 지금의 학교에서 벌어진 산재해 있던 일들을 묵묵히 정리하다 보니 뭔가를 할 힘이 없어진 줄 알았다. 학교에서 모두 써버린 것은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과 같은 그 무엇, 기(氣), 마나(MANA)였다. 온화했던 행정실에서 지낸 연이는 시베리아 벌판과 같은 이곳에서는 나약하고 연약하기 그지없었다. 딱히 '시베리아 벌판'이라고 표현하는 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행정실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식구로 지내오던 연이에게는 어쩌면 연이만의 공간이 없었다. 연이만의 공간이라고 하면 행정실에서 나가 화장실을 거쳐 왼쪽 현관문을 나가면 햇빛이 잘 드는 곳이랄까. 그곳 역시 오래 있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고 또 갔다 돌아오곤 한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라고 하지만, 지지해 주는 사람이 많으면 이럴 때는 좋은 법이다. 2019년에서 2023년 최근까지 전 세계를 휩쓸고 간 코로나가 연이의 그 무언가도 앗아가 버렸다. 누구는 번아웃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곳에 있을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 원래 마나는 푹 쉬고 나면 쭉 차오르기 마련이다. 마나의 원천은 자신을 알아봐 주고 따스함을 품어주는 모든 것들에게서 온다. 


마나가 차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보통의 일은 처리하기 무난하나 예외적으로 툭툭치고 들어오는 일과 마음의 상처가 담긴 그런 일들이 벌어지면 여지없이 무너지기 쉽다. 그래서 아픈가 보다. 요즘 행정실에서 있기보다 병원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마나 고갈의 비밀을 알아내야겠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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