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이별
연이의 배꼽인사에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만개했다. 실장님, 방실이 주무관님, 솔이 주무관님, 알파조 후임 사회복무요원, 시설주무관님까지 와주었다. 연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를 두리번거리며 행정실로 들어오는 그들의 눈에 신기한 눈 반, 걱정 반이 되어 있는 것을 연이는 바로 눈치를 챘다. 청소를 했는데도 여전히 ○○초등학교보다 못한 근무환경은 분명했으니까 그럴 법도 당연했다.
학교의 외부 경관은 거의 최고 베스트급에 해당하지만, 오래된 학교만의 내부는 여전히 변화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모두 돈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기에 학교는 학생을 위한 예산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일을 정작 하는 곳에 대한 지원은 그리 쉽지 않다. 그만큼 교육청에서도 학생들의 예산을 줄여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이곳 학교의 문제는 학생수가 급격히 줄면서 행정실 인원을 빼면서 더욱 근무환경이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학생수가 준다고 일의 종류가 주는 것은 아니다. 일의 종류가 아니라 일의 양만 소폭 감소할 뿐이다.
그들의 걱정스러운 눈에 연이의 멋쩍은 미소로 긴 회의용 테이블로 안내를 했다.
"연 주무관님, 괜찮은 거지?"
'괜찮은 거지?' 하는 물음에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괜찮지 않다. 일은 어차피 많아도 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냥 하면 되지만,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실장님은 실장님대로 바쁘고 연이는 연이대로 일에 치여 바빴다. 하루에 한 마디, 일적인 부분이 아니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게 이쪽 세계의 당연한 행정실 근무환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서글퍼졌지만, 그런 사치스러운 생각에 시간을 뺏길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일을 해야 학생들과 그들을 가르치고 보조해주는 교직원들을 지원해줄 수 있다.
그저 그게 다였다.
무미건조한 행정실 분위기에 적응을 해야 하는 연이에게는 어쩌면 그게 가혹한 형벌과도 같았다. 그들과의 짧은 만남은 쩍쩍 갈라진 한여름의 논바닥에 들어가는 달콤한 마중물 같았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와준 그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그들이 하나둘, 처음에 왔던 차로 올라타고 있었다. 연이만의 그 자리에 남아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다시 만날 그날을 그리며......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