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Mar 30. 2022

[교행일기] #118. 든든한 지원군

든든한 지원군


초임지였던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온 지도 벌써 8개월째가 흐르고 있었다. 작년 10월의 가을 단풍은 순식간에 떨어지고 어느새 소나무에도 소복이 눈이 쌓이더니 파릇파릇 다시 잎이 돋아나고 옷차림이 참 가벼워졌다. 이제 조금 적응은 되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단 한 가지가 있었다.


외로움


일적인 것 외에는 말씀이 없는 실장님이라 실장님에 대한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사실 안다고 일을 하는데 뭐가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심 속 강화 학교처럼 산 아래 가장 자연과 닮은 학교에 있다 보니 연이를 찾는 사람은 교직원뿐이었다. 행정실 식구처럼 서로가 챙겨주는 온화하고 포근한 곳에 있다가 각자도생으로 자신의 안위와 편안함을 지키려는 일반 행정실에서는 연이의 마음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적응은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메마른 땅 위에 핀 풀꽃처럼 하루하루가 그냥 일을 할 뿐이었다.


오랜만에 교육이라 마음이 동한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 마음이 신났다. 하지만, 조금 낯선 상황이 전개되었다. 솔이 주무관님하고 같이 온 주무관님, 그와 친한 다른 분들과 어디론가 가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껴 있는 터라 점심을 같이 먹자는 것이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인 연이는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집에 두고 온다. 그래야 근무를 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낯선 환경을 만나면 선뜻 뭔가 하기가 그렇다. 쫄래쫄래 따라나서면서 솔이 주무관님에게 그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사실 점심을 혼자 먹는 것도 그래서 먹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점심까지 맛나게 같이 먹어주고 점심값까지 대신 내어 주는 짱이에게 정말 감사했다. 어쩌면 오랜만에 받은 환대에 낯선 상황에서 눈 녹듯 흐르는 마음의 따스함이 고마움으로 번졌다. 그 후 몇 번의 메신저로 업무를 함께 하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주무관, 짱이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나이 먹고 들어온 교행직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기란 정말 힘들다. 동기들과 10살 넘게 차이 나 그들과 섞이지 못하는 상황이라 늘 혼자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업무의 도움과 정보의 교류는 교행직에서 가장 중요한 발판이기에 연이는 든든한 지원군 한 명 한 명에 감사함을 늘 품고 있었다. 오늘 짱이를 그렇게 연이의 든든한 지원군에 들어왔다. 연이 역시 짱이의 든든한 지원군이었으면 한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매거진의 이전글 [교행일기] #117. 만남과 이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