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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pr 12. 2022

[교행일기] #119. 새로운 경험

새로운 경험


삐걱대기 시작했다. 온실 속 화초였을지 모를 일이다. 태풍이 불어 비닐하우스가 홀라당 날아가버린 기분이랄까? 첫 발령지에서 맨땅에 헤딩을 하며 급여를 배웠고, 지출을 배웠고, 세입을 했다. 막막함에 마음은 바빴고, 압박감에 머리가 찌릿찌릿했다. 그게 교행 꼬꼬마가 감당할 업무에 대한 익힘의 수순이었다. 지금의 실장님과 차석주무관님들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연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진짜 하늘의 별만큼 많았고, 그 광활한 우주 속에 연이는 혼자인 것 같았다. 


그렇게 업무의 막막함도 압박감도 서서히 익숙해지고 제법 1인분을 하려고 할 때 즈음 두 번째 학교로 발령받았다. 계절에서 오는 가을의 냄새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떨어내는 자연의 감내를 빛깔로 승화하고 있었다. 당직기사님은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바닥에 뒹구는 낙엽 몰고 온다고 싫어했지만, 연이는 그렇게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나는 소리가 좋았다. 바스락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연이의 막막한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뽀드득 눈을 밟는 계절이 지나가고 누구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그런 날이 왔는데, 실장님이 발령이 났다. 


그렇게 정신없이 실장님을 떠날 채비를 하고 나니 새로운 실장님이 왔다. 쫄보에 마음이 여린 연이는 낯선 실장님이 어째 영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래도 다가갔다. 실장님과 연이밖에 일할 사람이 없는 그곳에서는 업무를 위해서라도 다가가야 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도 실장님과 간격은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자석의 N극과 N극이 만난 것처럼 어느 정도 거리까지 가면 좁혀지지 않았다. S극으로 바꾸어 다가가면 실장님도 S극으로 다가서는 느낌이었다. 사람의 막막함은 마음이 아팠고, 아렸다. 언젠가는 연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열심히 묵묵히 업무를 했지만, 결국 그 간격에서 벌어지는 한기는 다가가는 연이는 찔리기만 했다. 


한기에 얼고, 얼음 비수에 찔린 연이는 회복이 되지 않았다. 사람의 막막함이 연이를 슬프게 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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