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3일 현재
하루가 갔을까? 이틀이 갔을까? 해가 뜨고 밤이 되고 다시 아침이 왔다.
그렇게 몸이 덜덜 떨리는 몸살을 견디며 고통의 날을 보냈다.
잘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하나씩 무너져 내릴 때마다 마음의 상처는 크게 다가왔다. 일이 일어났을 때는 마음을 챙기지 못할 정도로 바빴기에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지만, 혼란의 소용돌이 같은 행정실에서 빠져나와 일상으로 돌아온 연이는 마음의 생채기에 쓰리고 아렸다. 그런 나날이 반복되다 보니 피하고 싶고 가고 싶지 않게 되었다.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매일같이 마음이 불안하고 견디지 못할 만큼 숨이 안 쉬어지기도 했다. 뭔가를 자꾸 요구하는 사람이 두렵고 그런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어떻게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연이를 구할지 모르겠다.
과거의 연이를 불러본다.
2020년 4월 23일 과거 어느 날
연이의 발걸음이 어느 날보다 느렸다. 학교에 가기 싫었다. 가방을 메고 있지만, 학생은 아니다. 학교에 다니지만, 선생님도 아니다. 그저 학교의 한 구석에 있는 행정실이라는 곳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공무원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알 수 없는 곳이다. 가끔 재학증명서나 검정고시 관련 서류를 떼러 올 때만 들리는 곳으로 아는 사람도 많다.
그런 곳에 연이가 다닌다. 도심 속 학교이지만, 행정실장과 단 둘이 일하는 이곳이 나의 일터이다. 근 3년간을 정말 재미있게 다녔는데, 그러지 않은 날들이 반복이 되었고, 매일 같이 학교에 가기 싫은 어린아이 마냥 발걸음을 무겁게 질질 끌면서 학교 쪽으로 끌려가고 있다. 의지가 없이 끌려가야 하는 연이는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탈출과 버팀의 양갈래의 길밖에 없다는 사실에 마음의 바람이 빠져버린다.
미래의 연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과거의 연이와 미래의 연이와의 조우
꿈이었을까? 과거의 연이를 볼 수 있었다. 울고 있는 그의 어깨를 토닥토닥해주었다. 과거의 연이는 현재의 연이를 볼 수 없지만, 따스함만큼은 느낄 수 있었는지 심하게 흔들리던 어깨가 차츰 잦아들었다.
'과거의 연이도 지금처럼 참 힘들었구나. 그래 그때도 참 힘들었지.'
야~~~~~~ 산속으로 외친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고 이내 빨려 들어갔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어버렸다.
현재의 연이도 몇 년 후의 연이가 지켜보고 있겠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그리고 미래의 연이에게 과연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점점 나약해지는 마음이 안쓰럽다. 그만 놔버리면 좋을 텐데.
떨리던 몸은 이내 약 기운이 퍼져 정신이 몽롱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토닥임에 스르륵 잠이 든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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