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Apr 30. 2022

[교행일기] #122. 4월의 마지막이 흐른다

4월의 마지막이 흐른다


기나긴 칠흑 터널을 아직도 지나고 있는 중이다. 물체를 인식할 수 없는 그곳에서의 한 달은 정신없이 흘렀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곳으로 이끌었던 6년 전 그때가 생각이 났다. 그저 아무것도 몰랐기에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재미로 하나하나 배워갔다. 배워갈수록 점점 익숙해지기는커녕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하나의 쫄보가 탄생했다. 그런 쫄보에게도 시간은 흘렀고 4월의 분홍색 벚꽃이 가로수로 있는 곳에 있는 학교를 올라가는 길은 아름다워 보였다. 학교의 업무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일이 재미없기보다는 어려웠다.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재미가 있다고는 하나, 하나하나 알아가며 시행착오로 부딪힌 몸과 마음에는 생채기가 나고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상처가 나서 더욱 깊어져만 갔다. 


그래서 쫄보는 A플랜을 생각했다. 이곳에 들어온 것이 B플랜이라면 최종 연이가 가고 싶고 가야 할 A플랜을 생각했다. B플랜이 즐겁지 않았기에 그곳에 가기 위한 오랜 준비가 필요했다. 늦은 나이에 이곳에 들어왔기에 누구보다도 퇴직이 빠른 장점도 한몫 작용했다. 


다시 글을 쓰게 된 것이 바로 A플랜을 위한 발걸음이었다. 마음의 생채기에서 꺼낸 고름들을 꺼내지 않고서는 아물지 않을 것이기에, 글로 풀어내어 승화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바쁘디 바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쓴다는 게 마음의 상처에 무슨 도움이 될까 했지만, 보기보다 효과는 좋았다. 마음의 안정이 되었고, 발걸음을 쉬이 떼지지 않던 학교로의 출퇴근길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불안요소가 없어지지 않아서 매번 불안이 증폭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바람이 빵빵하게 든 풍선의 위태함을 안은 채 매일 그곳으로 향하지 않아도 되었다.


칠흑 터널 뒤에는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또 이 터널을 지나고 나면 어떤 연이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몇 년 후에 또 어떤 일이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재, 지금을 그래서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4월의 마지막이 흐르고 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매거진의 이전글 [교행일기] #121. 현재와 미래의 조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