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하루가 갔다. 이틀이 갔다. 사흘도 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칠흑 같은 어둠이 있는 곳에서의 적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도 적응을 했다. 죽을 만큼 아프고 몸이 떨리는 고통을 이겨내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가끔 참을 수 없이 솟아오르는 분노도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니 굳이 눈을 뜨지 않아도 될 만큼 받아들였다.
연이는 성격상 우회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고통을 감내한다기보다 피하면 더 큰 고통이 있다는 정도를 알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고통에서 피하는 것을 누군가는 바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항상 나름 "정면돌파"를 선택을 했다.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몰라도 그게 연이였다.
공시생 시절 대학동창들의 험담과 야유에도 '공무원'을 하겠다고 했고 (그 시절에는 공무원의 위상은 지금과 사뭇 다른 거의 지하실 바닥과 다름이 없었다.) 그 조차도 바로 붙은 것이 아니라 5년이 지나고 6년이 지나니 그들의 술안주의 오징어처럼 연이의 얘기가 안줏거리가 되었다. 씹다가 버린 오징어 다리처럼 연이는 그들의 생각대로 된 줄 알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연이는 그들의 생각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들의 말처럼 내 인생은 헌신짝처럼 버려졌을지 모른다. 그때는 그들의 발에 걸린 재미있게 차고 노는 슬리퍼였을지 모른다. 그렇게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며 만신창이가 된 연이는 반란을 꿈꿨다.
그들은 연이가 그냥 식충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일부는 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이는 정면돌파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공시생에서 '공무원'신분으로 탈바꿈해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처럼 하늘을 훨훨 날았다. 그들은 또다시 연이를 술안주로 삼았다.
칠흑 터널의 끝은 알 수 없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에 와보니 연이를 지켜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잘 보이지 않는 칠흑이지만,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한 명 한 명의 마음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끝은 올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때까지 연이는 그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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