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Jun 18. 2022

[교행일기] #127. 두 번째 발령

두 번째 발령


초임지에서 떠나 칠흑 같은 동굴인 줄 모르고 지낸 지도 2년 3개월이 다가갔다. 


뭐랄까?


알았으면 잘 견딜 수 있었을까? 아니면 더 엉망이 되었을까? 어떤 선택지가 주어지든 어쩌면 답은 같았을 것 같았다. 보이지 않던 칠흑 같은 동굴 속에도 살짝쿵 보이는 빛을 따라나선 길에서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절대 녹록하다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연이란 나 자신은 교행직에 들어올 때부터 평범하게 들어오지 않았으니 녹록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그것이 더 평범하지 않은 길이니 말이다. 칠흑 같은 동굴을 떠날 수 있게 되었을 때 한 편으로 기뻤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눈물이 났다. 


이곳에서도 연이를 응원하던 선생님과 교육감 소속 근로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응원이 없었으면 아마 지금의 연이도 없었을 것이기에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곳으로 간다고 인연이 끊어지지는 않은 것이니까 다른 곳으로 가서도 잘 지내다 보면 언젠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그들과 눈물 반 웃음 반으로 헤어짐을 기울였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 같은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이미 발령이 날 학교에 인사도 다녀왔고, 정리도 어느 정도 마친 상태였다. 마지막까지 칠흑을 맛본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마지막 교문을 나설 때 학교를 뒤돌아봤다. 춥기도 했던 날이었기에 마스크로 뿜어져 나온 연이의 이 학교에서의 마지막 큰 숨이 안경을 뿌옇게 번졌다. 딱 이 장면을 꿈속에서 그렸던 날이 오늘이라는 사실에 안경 밑으로 눈물이 흘렀다.


소리 내지 않고 '야~~~~'를 커다랗게 입모양을 내었다. 어디선가 '~~~~호'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매일 같이 무겁게 교문을 나섰던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워졌다. 그렇게 40분이 넘는 두 번째 학교와 집 사이를 수도 없이 보았던 풍경들을 눈으로 담았다. 다시는 이 시간에 이 길에서 이 풍경을 볼 수 없을 테니까, 쉴 새 없이 눈 셔터를 돌려가며 주위의 풍경을 마음속 깊이 담았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매거진의 이전글 [교행일기] #126. 인사고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