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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ul 04. 2022

[교행일기] #128. 새로움과 두려움의 경계

새로움과 두려움의 경계


첫 번째 발령이 초임지로 발령이 난 것으로 잡지 않고 초임지에서 두 번째 발령지로 잡은 것은 초임지의 발령 때와 다른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움'으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싶었다. 처음 적응할 때 새로운 업무, 새로운 사람과 더불어 새로운 장소까지 적응했어야 하는 일련의 '도전'에 가까운 엄청난 변혁이었다면 첫 번째 발령을 지나 두 번째 발령이 되면 업무는 그곳에서도 하게 될 일이기에 거부감이 조금 덜해진다. 


다만, 새로운 장소를 익히고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을 맺고 당분간 그곳에서 머무는 나그네와 같은 여정이 새롭게 시작된다는 생각이 두려움으로 둘러싸게 된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번에도 잘할 수 있을까?'


연이는 그런 생각에 2021년 1월 1일 새해의 첫날밤이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잘할 수 있는 것과 이제까지 배우고 익혀왔던 업무들을 한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연이는 뭔가 안심하고 싶었는지 가방을 뒤적이며 USB 하나를 한 손에 꾹 쥐어보았다. 연이가 처음 맡는 업무나 궁금한 사항이 생길 때마다 만든 연이만의 실무매뉴얼이 이 USB에 다 담아 있기에 믿고 가보기로 했다. 


쉬이 잠이 오지 않던 밤이 알람에 화들짝 놀라 아침이 되었다. 

'손에 USB를 들고 잔 건가?'

연이는 혼잣말을 하며 USB가 매번 있을 그곳, 가방 안쪽 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닫았다. 


40분 정도 매번 걸어 다녔던 두 번째 학교와 방향은 정반대지만, 도보로 비슷한 거리에 있기에 슬슬 출발을 해야 했다. 


'긴장이 될 때는 걷는 게 최고지. 화가 났을 때도 걷는 게 최고지.'


걸으면서 많은 생각이 정리가 되고 감정이 진폭이 줄어들어 마음은 반듯하게 한다. 그렇게 도착한 학교는 어머니를 모시고 차로 왔을 때 외관에서 봤을 때보다 안에는 더욱 광활한 곳이었다. 행정실에 실장님, 차석, 삼석인 연이, 사석, 실무사, 시설주무관, 사회복무요원까지 총 7명이 있는 구조였다. 인사차 잠깐 왔을 때 행정실에 사람이 많구나 하던 그때와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작은 학교, 최소의 인원이었던 행정실. 극과 극의 차이에 입이 벌어졌다.


행정실 문이 열리고 실장님이 들어오자, 연이는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실장님은 멈칫했지만,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줬다. 실장님은 오자마자 연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두 번째 학교에서 이다음 수순이 어떤 것인지 익히 알고 있기에 연이는 긴장을 하고 있었다. 


똑똑


교장실 문이 열고 실장님을 따라 들어선 곳은 인사차 온 그때보다 더 커 보였다. 자리에 앉아 있으라 하고 교장선생님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셨다. 연이는 주위를 둘러보며 교장선생님의 취향을 파악하기 여념이 없었다. 커피 향이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처음 보는 교장선생님과 급격하게 친해지게 된 계기가 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따뜻한 커피가 연이의 목을 타고 내려가니 새로움으로 느꼈던 단단한 두려움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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