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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ug 27. 2022

[교행일기] #130. 적응기간의 오류

적응기간의 오류


뽀득뽀득 눈 밟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밤새 제법 눈이 많이 내렸는지 눈 밟는 맛이 난다고 할까? 


이전 학교와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움직이고 있는 연이의 발길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이 또 어떨지 그곳에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은 되었지만, 초임지를 거쳐 두 번째 학교에서 익히고 배운 연이만의 교행업무 노하우를 탑재한 채 세 번째 학교로 가는 것이니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 이곳 교행 세계의 적응이 완벽하다고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래도 교행 꼬꼬마였던 연이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1시간을 걸어 교문에 다달랐다. 


운동하는 겸 걸어서 출근했던 두 번째 학교와 달리 시간이 제법 걸렸다. 볼이 겨울바람에 빨갛게 되었는지 실내로 들어오니 간질간질했다. 인사차 들렀던 행정실에서 잠깐 보았던 대로 행정실에 사람이 제법 많았다. 실장님, 차석, 삼석인 연이, 사석, 행정실무사, 시설관리실무원, 사회복무요원까지 7명이 한 공간에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있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학생수가 1,400명이 넘어가다보니 행정실 인원이 많은 것은 당연했지만, 행정실에 실장님과 연이만 있던 두 번째 학교하고는 정말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극과 극이라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학생들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던 두 번째 학교와 달리 행정실 앞을 수십, 수백 명의 학생이 지나다니다 보니 '시끌벅쩍'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떠다녔다. 


교감선생님도 두 명이고 선생님들도 학생 수에 따라 참 많았다.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할 정도로. 선생님 한 분 한 분 그들과 매일 마주치며 일했던 두 번째 학교와 달리 세 번째 학교에서 행정실에 한 달이 되어가도록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선생님도 있었고, 전화통화만 한 선생님도 있었다. 


그만큼의 괴리가 학교에 남아 있었다. 


차석이 빠진 자리에 연이가 발령을 받은 것이라 처음에 차석 일을 하는 줄 알고 졸아있었지만, 다행히 연이보다 선배인 삼석 업무를 맡고 있던 주무관님이 차석 업무를 맡고 삼석 업무를 연이에게 내줬다. 삼석 업무는 연이도 두 번째 학교에서 차삼석의 업무를 해봤던 터라 익숙한 업무 80%, 처음 하는 업무 20%였다. 미네쭈 주무관님 역시 이 학교에 온 지 6개월만에 삼석업무를 하다가 차석업무를 강제적으로 맡게 되어서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처음 이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고 아이스톡 대화창으로 주고 받았던 때처럼 연이가 잘 지낼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주었다. 


세 번째 학교에 1년 전에도 있었던 것처럼 빠르게 그들과 동화되어 갔다. 두 번째 학교처럼 산이 있지도 않았지만, 학교 뒤편에 가면 시야가 탁 트인 논이 있었고, 행정실 창가로 보이는 앞은 높은 건물이 없어 업무에 빠져 눈이 아파올 때면 눈을 쉬어줄 수 있는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탁 펼쳐있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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