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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ul 10. 2022

교행, 원래 월급 받는 곳은 그래

교행 꼬꼬마 멘탈트레이닝 2 #09

안녕하세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교행 꼬꼬마 가이드북"의 저자 연이입니다.


원래
(명사) 사물이 전하여 내려온 그 처음
(부사) 처음부터 또는 근본부터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원래 월급 받는 곳은 다 그래


1. '원래'의 기존 편

6월이 지나고 7월의 방학이 된 어느 날, 묵묵히 저마다의 맡은 업무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 고요를 깨는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 애, 생활기록부가 필요한데, 떼 줄 수 있죠?"

"네. 가능합니다. 학교로 방문하실 때 학생과의 관계가 나와 있는 가족관계증명서와 민원인의 주민등록증을 가져오시면 됩니다."

"우리 애가 그 학교 다니는데, 뭘 증명서를 가지고 가요. 그리고 내가 우리 애 엄마인데, 주민등록증이 필요하나요?"

생활기록부를 발급받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를 알려드린 건데, 거칠게 항의하는 민원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살짝 주눅이 들었다. 


그때 마침 솔이 주무관님이 왔다. 연이와 눈이 마주친 솔이 주무관님은 바로 뭔 일인지 눈치채고는 연이에게 자신 쪽으로 전화를 돌려달라고 했다.

"어머니~~ 생활기록부에는 학생의 모든 개인정보가 다 들어 있어서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발급을 해주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OOO학생 어머니인 것을 저희는 알 수 없어서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고 가족관계증명서에 나온 어머니 성함과 실제 본인이 맞는지 알아야 하니까 주민등록증이 필요합니다. 더 궁금한 사항이 있을까요?"


"방학에 할 일도 없는 행정실이 뭐 이리 빡빡하게 그래요. 팩스로 보내주면 떼 주죠?"


일정한 절차를 무시하려는 민원인을 연이가 전화를 돌려준 이후로도 10여분을 넘게 설명에 또 설명을 더하고 있었다. 살짝 짜증이 밀려올 만도 한데 솔이 주무관님은 끝까지 설명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


조용하던 사무실에 20여분의 민원인 통화로 나름의 경험을 더해 말을 이었다. 그러다 나온 한 마디에 연이는 멍해졌다.


'원래 월급 받는 곳은 다 그래.'



2. '원래'의 변화 편

연이는 알 수 없었다. '원래'라는 말이 그렇게 잔인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그저 사람들은 기계처럼 이곳에서 한 달 동안 일하고 받는 '월급'이란 것을 받으며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월급을 주는 곳이 '조직'이라는 큰 영역에서 그들만의 룰이 관습처럼 내려오고 있는 곳이라 선뜻 연이가 받아들이기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아직 햇병아리인 교행 꼬꼬마가 알 수 있는 부분은 적었기에 그런 생각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머리로도 이해가지 않고 마음으로는 더 품을 수가 없었다. 


그저 감정노동으로 상처받은 부분을 '원래'라는 말로 묵묵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곳이 이곳일까? 그리고 민원인이 아닌 내부적인 모순을 변화 없이 받아들이며 잘 맞지 않는 시계를 묵묵히 시계의 부품처럼 그렇게 지내야만 할까? 연이는 조심스러웠다.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머릿속을 정리가 필요했던 연이는 걸었다. 푹푹 찌는 열기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무덥고 습하고 따가운 햇살이 연이를 감쌌다. 


문뜩 20여 년 전 군대 생각이 났다.



3. '원래' 최종 편

일종의 규칙이 아주 질서 정연하게 만들어져 있던 내무반은 그저 일종의 고참들의 왕국을 만들기 위한 규범이었다. 그것을 어길 시 제재가 가해지고 일정한 계급에서 행할 수 있는 것은 이병과 일병에게는 허락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동기들은 그 계급에 올라가기만을 세월을 탓하고 있었다. 


연이는 처음에는 그런 생활에 적응하려고 무던히 노력을 했다. 훈련소에서 조교가 얘기해준 말이 기억에 남아서였다. 

"군대에서 다치지 않고 부모님에게 무사히 가는 것이 너희들이 할 일이다."


그래 군대에서 다치면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다. 그리고 나 홀로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하는 군대란 곳은 그저 '룰'만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상병을 달고 내무반은 최고참이 되었다. 연이는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모두를 모아놓은 자리에서 '개혁'을 했다. 연이가 이병부터 병장이 되기까지 가장 부조리하고 힘든 부분을 모두 일제히 변화를 주었다. 대신 권리를 준 대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여했다. 그럴 위치가 되었을 때 '원래' 그랬던 룰은 그저 그들을 지키기 위한 방패막이었던 것을 연이는 잘 알았다. 


"연이 주무관님~~~ 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교육청 OOO 주무관입니다."

자리를 조금 오래 비웠다. 총총걸음으로 다급히 행정실 쪽으로 발걸음은 옮기면서 '원래'와 '편견'에 묻힌 지금을 잘 기억하려고 했다.




ABOUT "교행 꼬꼬마 멘탈트레이닝 2"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들로 인해 마음이 다쳐 괴로워합니다. 교행직에 대한 많은 부분이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어 합격 후 자신만 그러한가 생각하며 방황을 많이 합니다. 교행 꼬꼬마를 위한 멘탈트레이닝은 사례를 통해 대처방법을 제시하여 멘탈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으로 멘탈 강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행 신규분들, 교행직을 고민하는 공시생, 그리고 일반인에게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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