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숨수필] 작은 계단

따숨수필 2

by 연이

"수없이 떨어지는 동안, 불안하지 않으셨어요?"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걸어왔다.

잠시 머뭇했다.

당연한 대답이라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평소에도 동그란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고개를 갸웃갸웃거렸다.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벌써 3년째 이러고 있어요. 나름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제야 질문의 의도를 알았다.




어릴 적에 나는 그저 보통의 사람 보통의 어린이, 커서는 보통의 어른.


다들 그러고 살고 그러며 지낸다. 장점 하나 없이 특색 하나 없이 개성 하나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저 그런 보통의 사람인 줄 알았다. 그게 나에게는 불만이었을지 모른다. 불만이었기는 하지만, 뭘 어떻게 바꿀지 변화를 줄지 딱히 정답을 내리기는 힘들었다.


막연한 뜬구름의 꿈을 잡기보다
현실의 작은 계단을 오르다


그러다 오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단순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줄줄이 마구 적지는 못했다.

두어 개 적고 나니 더 이상 '지금의 나'로는 할 수 있는 게 더는 없었다.

두어 개 중 하나를 정했다.


까까머리 학창 시절에는 두어 개 중 하나가 항상 숙제였다.

일단 숙제를 하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그 무엇에 해당했다.

숙제가 없어지고부터는 책 한 페이지 읽기였고,

조금 더 커서는 글 한 단락 쓰기였다.


단순했다.

생각은 흘러 휘발성이 강하지만, 글은 쓰면 남는다.

그게 나에게는 현실의 작은 계단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흘러가는 상념들은 공상의 세계를 그리고 그 속에서만큼은 보통의 사람이 아닌 그 무엇이 될 수 있었다.




질문을 한 그에게 딱 한마디만 해주었다.

"불안하죠. 수없이 떨어져서 더 불안을 잘 알아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셔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른다.


나 역시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었고,

그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오롯이 집중했다.


그 계단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어제의 나는 분명 오늘의 나와는 다르다.

오늘의 나를 내일의 나에게 잘 전달해주기 위해

오늘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저 숲 안쪽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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