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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Sep 26. 2022

[교행일기] #132. 용기

용기


여기는 어디일까?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니 바닷가 모래사장이 있는 섬인가?

아니면 하늘 높이 흘뿌려지는 분수 같은 힘을 지닌 존재로부터 연이가 하늘 높이 날고 있는 것인가? 

하늘 높이 날고 있는 연이의 마음은 한없이 평화로워졌다. 그저 그 평온함과 안온함이 계속되길 바랄 뿐이었지만, 곧 하늘과 땅이 뒤집혀 날고 있는 연이는 땅과 하늘이 바뀐 하늘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하늘 아래로 끝없이 떨어지는 연이는 심장의 요동침을 넘어 뻐근함에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늘 높이 나는 것이 아닌 하늘로 떨어지다니,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었고, 어지러움에 구토가 날 지경으로 심장의 뻐근함은 점점 배가 되고 있었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 연이가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쿵!


연이는 침대에서 떨어졌다. 새벽 3시다. 

악몽 같은 그곳에서 나와서 다행이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직도 쿵쾅거리며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다. 식은땀은 언제부터 흘렸는지 러닝셔츠와 팬티까지 흠뻑 젖을 지경이었다. 미열이 아직 있었다. 머리에는 혹이 났는지 이제야 통증이 밀려왔다. 


매일 같이 꾸는 꿈이다. 한계에 부딪혀 부서져 내리는 꿈. 

어쩌면 이러다 연이의 마음이 아스라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새로운 학교에 잘 적응하나 싶더니 요즘 또 이런 꿈을 꾸다니 걱정이 된다. 두 번째 학교에서는 자주 꾸던 꿈이었지만, 세 번째 학교에서는 사라져 잊고 지내던 꿈이었다. 꿈이 너무 사실적이라서 그 꿈속에서 도망치려 현실의 몸이 몸부림을 치다가 침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그래야만 그 속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뭐가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꿈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들뿐 현실에서 왜 그런 꿈을 꾸는지 연이를 돌볼 틈이 없었다.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뭔가 다 책임져야 할 것 같은 그곳. 연이만을 바라보던 곳에서 빠져나온 현실인데, 왜 다시 이런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겠다. 관성의 법칙처럼 현실 속에서 해결이 되지 않은 뭔가가 꿈속에서 발현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저 안 꾸길 바라지만, 벌써 세 번째고, 점차 강도는 세지고 있었다.


행정실 문이 열리면 자동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던 연이, 뭔가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자주 여기저기 불려 다녔던 그 생활, 점심을 먹지 못할 만큼 바쁘고 여유가 없었던 그 시절, 물조차...... 


맞다. 연이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것을 찾았다. 


다시 하늘을 날고 있다. 조금 있으면 떨어질 것이다. 하늘과 땅이 바뀌고 나면.

이번에는 감았던 눈을 뜨고 옭아매고 있던 그것을 제대로 봐야겠다.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심장의 뻐근함을 느꼈다. 그래도 눈을 감지 않았다.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연이는 끝까지 그곳을 보았다. 어느덧 속도는 점점 무감각해졌다. 속도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만큼 빨라졌다. 하지만, 연이는 점점 평온해졌다. 


눈을 떴다. 꿈에서 도망치지 않고 깼다. 하늘과 땅이 뒤집힌 그곳은 연이가 이겨내지 못할 곳이었고, 그곳을 무너뜨리지 못한 채 이곳으로 왔다. 잠시 잊었을 뿐 그곳에서의 고통은 그대로 연이에게 남아 있었던 것을 잊고 있었다. 아니 잊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으려 자꾸 도피를 했었던 것이다.


혼자서 뭔가를 해야 했던 그곳을 깨고 나온 연이는 용기를 얻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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