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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12. 2022

[단미가] #15. 열정의 재, 소진(消盡)

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15

열정의 재 '소진(消盡)'


바라보고 있다. 

멍. 하. 니.


하루하루 일에 치여 저녁을 먹고 나면 무언가를 할 힘을 잃어버렸다. 마음의 여유의 공간에 에너지가 모두 증발하여 소진되어 버린 기분이다. 교행직 공무원을 하다 보면 손목에, 눈에, 허리에, 목에 통증은 달고 산다. 일을 할 때는 모르지만 일이 끝나 긴장이 풀려 집에서 쉬는 시간이 되면 그 통증들이 쑥 빠져나간 질퍽질퍽한 펄에 바다의 안개가 몰려오듯 순식간에 몸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된다. 조그마한 휴대용 저주파 치료기나 부항으로 아픈 부위를 치료하다 보면 눈을 감고 있게 된다. 


그 순간이 되면 연이의 마음을 들여보게 된다. 


눈을 감아 까만 바탕이 된 것일까? 아무것도 없어 까맣게 보이는 것일까? 그렇게 까만 그곳을 마음의 눈으로 응시하다 보면 어린아이가 보인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 그 아이가 눈치채지 않게 살짝 멀리 있어준다. 하지만, 그 아이는 이내 바라보고 있는 연이를 알아본다. 이내 방 안으로 사라진 그 아이를 따라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활활 타고 있는 불이 있었다. 

순간 당황하여 닫으려고 했다. 어느새 나타난 아이는 연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뜨거운 불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이를 바라보니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연이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라진 줄 알았던 마음. 모두 타 버리고 증발해버린 마음. 


찾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일에 치인다고 마음의 바쁨으로 여유가 없어진 요즘. 정작 시간이 되면 하고 싶었던 집필의 시간도 여전의 마음의 여유가 없어 잠에 빠지기 일쑤였다. 마음의 충전을 할 수 없이 하루하루 그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연이에게 잠시 찾아와 준 마음속 그 아이가 고맙게 느껴졌다. 


모두 타버린 열정의 재만 남은 그곳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가득 채운 마음의 바쁨을 훨훨 태우고 나니 빈 그릇이 되었나 보다. 다시 마음의 열정의 불을 그곳에 담아 보았다. 


어느새 15분의 시간이 지나 몸에 흐르던 저주파 전기들이 사라졌다. 현실로 돌아온 연이의 눈에 열정의 환한 불이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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