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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ul 16. 2023

[단미가] #22. 다름의 '욕심'

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22

다름의 '욕심'


다습다: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


정말 오랜만에 글 위에 서있다. 


어쩌면 이런 글 쓰는 날들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참을 모든 것에서 떠나 있으려고 잠시 내려놓았었다. 뭔가 빠져나간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그런 순간들이 오래 지속이 되었다. 그런 마음으로는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도 없었다. 그저 멍하니 있는 시간이 지속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옮겨간 곳에서 일들은 하면 할수록 미궁 속에 빠져 그 늪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가나 싶으면 한쪽 둑에서 금이 가고 다른 쪽에서 새어 나오는 물줄기는 금세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기에 바쁜 삶이 이어졌다. 


좋은 게 좋다고 좋은 소리로 하는 말은 그곳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하나, 해도 해도 너무 한 경우를 아주 자주 목격이 되었다. 착한 사람은 이용만 당했고, 그 착한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 보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게 그 사람이 의도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도 삽시간에 들불 번지듯 그렇게 그곳에서는 통제가 되지 않은 야생마들이 넘쳐났다.


내 분수에 넘치는 무엇을 탐내는 마음이 '욕심'이랬던가?


맞다. 그 모든 것이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욕심이었는지 모른다. 서로가 자기만의 방식대로 자신의 이익대로 흘러가는 곳에서 너무 약해빠진 모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뭔가 해야 하는 마음이 남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남기 위해 뭔가 해야 하는 마음조차 '욕심'이지 않을까?


어차피 이곳에서의 남은 기간도 1년이 채 되지 않을지도 아니면 더 빠르면 5개월도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잘 해내고자 한 '욕심'

모든 것이 안정화되기를 바랐던 '욕심'

살아남으려고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욕심'


그 모든 '욕심'이 원래 이곳에 있으려고 했던 아주 '따스한 마음'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고, 마음의 깊숙이 처박아 버렸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곳에서의 삶도 소중한 기억의 한 조각일 텐데, 그저 어여 지나가기를 바란 '욕심'이 더 컸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지나간 2022년과 2023년 상반기는 이제 기억에서만 존재한다. 남아 있는 2023년,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따스한 마음'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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