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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an 31. 2024

[교행일기] #143. 어둠의 시작

교행일기 시즌4-3. 어둠의 시작

어둠의 시작


그날부터였던가? 아니면 그 이전부터였을까?

연이는 시작이 어디인지 되짚어 보려고 노력을 해봤다. 온실 속에 화초처럼 지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초임지의 교행생활은 갑작스러운 중간발령으로 벌어졌다. 그때부터였을 것 같다. '~것 같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정확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발령은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발령이란 표현이 모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신규발령으로 받은 그곳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은 준비과정이나 인수인계과정 그리고 나름의 마음의 정리과정이 동반되기에 꼬꼬마 연이에게는 감당하기가 벅찼다. 언젠가는 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넋 놓고 있다가 뒤통수 맞은 듯 멍해지는 기분을 부여잡고, 마지막을 정리해야 했다.


장업사(새로운 장소, 새로운 업무, 새로운 사람)의 첫 번째와 세 번째가 맞닥뜨리는 상황이라 긴장의 끈이 팽팽해지게 되었다. 연이는 그때부터 숨 고르기가 버릇이 되었던 것일까?


연이가 꼬꼬마 시절 10년 차 이상인 실장님, 차석주무관님, 시설주무관님을 볼 때마다 물어봤던 질문이 있었다. 


"어떻게 그 오랫동안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그들이 아주 잠시동안 자신의 지내온 과거의 소용돌이를 빠르게 거쳐 현재에 이르는 그 찰나의 순간 대답이 돌아왔다.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지금이네."

현자 같은 말이었다. 연이는 궁금했다. 과연 늦은 나이에 들어와 다른 동기들과 달랐기에 그들과 같은 목표를 삼을 수는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정년"

이게 연이의 목표였다. 아마 그날이라고 기억하는 날은 공무원에 붙고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교육감이 왔을 때였다. 

"주위를 둘러보시겠어요? 여러분의 동기들이죠? 이중의 10분의 1만 정년을 맞을 수 있을 겁니다."

살벌한 소리였다. 나름의 사정으로 하나둘 이 교행직을 떠나간다는 말인데, 입안의 쓴물이 고인 듯했다. 그만큼 이곳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방증이 아닐까?


어둠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미래의 연이야! 나 정년은 한 거지?"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4"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시즌 3(연이의 기억) 달리 시즌 4(연이의 시련)는 연이가 겪는 마음의 시련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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