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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Feb 12. 2024

[교행일기] #144. 꼬꼬무 악순환

교행일기 시즌4-4. 꼬꼬무 악순환

꼬꼬무 악순환


아침 5시. 기상시간이었다.

저녁 9시. 취침시간이었다.

매일 그날의 일을 곱씹어 내일의 나에게 전해주는 의식을 했었다.


"~이었다, ~했었다" 

과거의 연이는 나름의 패턴이 있던 사람이었나 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침 5시에 일어나던 고요한 시간이 지금은 5시 5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7시에 일어나고 있다. 저녁 9시에 자던 연이는 유튜브 쇼츠를 보며 의미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다. 매일 그날의 일을 곱씹어 내일의 연이에게 전해주던 글쓰기도 이제는 하지 않고 있다.


변명일 뿐이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었다. 할 의지와 열정이 사라진 것일 뿐이었다.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니라, 내일의 연이가 닥칠 알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불안감에 현실도피성 시간 죽이기를 할 뿐이었다. 그렇게 숨죽이며 이 어둠 속을 지나가길 고대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음의 파편화되면서 조각들이 연이의 마음속에 돌아다니다가 찔리는 곳들의 상처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몸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과 느닷없는 눈병, 허리통증과 수개월 전에 다친 발목까지 돌아가면서 연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러니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고, 업무는 실수는 잦아졌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 점심을 시리얼로 바꿨고, 커피 마시는 횟수가 잦아졌다. 커피는 저녁에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었고, 잠을 잘 수 없는 시간만큼 깨어 있는 시간은 커졌고, 새벽의 어둠과 연이의 생각은 불안감을 더욱 커지게 했다. 아침에 비몽사몽간에 학교로 향했고, 업무는 또다시 시작이 되었지만, 일의 진도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 도돌이표를 그릴뿐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의문이 든 연이는 더욱 쫄보가 되었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의 굴레는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었다. 


따스했다. 싱그러운 잎들이 하늘하늘 바람에 나무 끼며 그 틈사이로 햇살이 살랑이고 있었다.

"위험했어. 정말."

깜짝 놀라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주위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누워 있을 때는 나무의 무성한 잎들과 눈을 간질이는 햇살만 가득했는데, 자세를 곧추세우니 솜털처럼 푹신한 잔디가 발바닥을 자극했다. 벤치에서 일어난 연이는 큰나무에게 다가갔다. 큰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싱그러움의 향기를 따스함의 온기를 마음 가득 채웠다. 


"그래, 위험했네. 없어진 줄 알았어. 내 마음의 따스한 정원."


아주 찰나의 안식이 연이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마음의 정원으로 인도한 이유가 뭘까?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거니? 또 무엇을 위해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거니?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4"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시즌 3(연이의 기억) 달리 시즌 4(연이의 시련)는 연이가 겪는 마음의 시련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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