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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pr 14. 2024

[교행일기] #145. 서서히 드러나는 어둠의 진실

교행일기 시즌4-5. 서서히 드러나는 어둠의 진실

서서히 드러나는 어둠의 진실


두 어달 만인가?

바쁘게 지나가는 시간들이 연이를 부르지 않았다. 

뭐가 뭔지 몰라 불안했고, 원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서 두려웠다. 원래 삶이란 이런 거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러니까 삶이지 하는 통달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이미 답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진짜 답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어둠을 같이 이겨나갈 친구들이 필요했지만, 하나 둘 사라지고 없었다. 맞다. 어둠 속에 빨려 들어가 버린 듯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함께 있던 동료들이 하나 둘 없어지고 없었다. 


결국 혼자 남았다. 더욱 어둠스러워졌다. 이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지만, 딱 지금의 상황과 맞닿아 있는 것은 정확했다. 어둠에 잠식되지 않으려 따스한 기억의 성냥을 하나씩 켜며 하루를 보냈다. 


어쩌다 보니 혼자가 되었다. 원래부터 혼자였지만, 잠시 따스한 기억을 품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그 기억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지만......


"연이야!"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아니 어둠 밖에 없었기에 어둠인지 아닌지 누가 있는 건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연이가 연이인지 연이가 어둠인지 어둠이 연이인지 이제는 알 수 없었다. 


"연이야!"

또 뒤에서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어둠뿐이 없었다.

"연이야, 연이야, 연이야"

뒤를 돌아본 연이의 사방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무서워서 두려워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어둠이 있었고, 눈을 떠도 어둠이 있었다. 친구들을 다 데려간 어둠,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버린 연이의 발.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피할 수 없었다. 앞에 무언가 있었다. 아주 눈앞에 바로. 기시감이 들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분명 어디선가 마주친 적이 있는 그런 존재. 어둠 속의 칠흑 같은 어둠. 저 일렁임. 꼼짝하지 않던 손과 발이 어쩐지 움직일 것 같았다. 단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래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어둠을 바라봤다. 


고요한 그 어둠의 일렁임. 어둠 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곳에 저 일렁임은 낯설었다. 얼마나 흘렀는지 얼마나 지났는지. 따스한 봄, 작열하는 여름, 시원한 바람과 높은 파란 하늘을 가진 가을, 동동 거릴 정도로 추운 겨울. 그 모든 것들이 이곳에는 없는 무의 상태. 손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일렁임에 손가락을 마주했다. 쑥 빨려 들어가는 이 느낌은 낯설지 않았다. 


"연이야!"

누군가 연이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눈꺼풀에 분홍빛이 비쳤다. 서서히 뜬 눈으로 비친 풍경은 흐릿했다. 흐릿하지만, 어둠은 아니었다. 

'또 따스한 정원의 기억인가?'

이런 생각이 들 때 즈음 아주 조금씩 눈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눈에 비친 장면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따스한 햇살, 하늘하늘거리는 나뭇잎. 

벤치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아주 낯이 익은 뒷모습. 들썩이는 어깨. 떨어지는 눈물소리. 

연이는 그가 누구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연이야!"

그가 돌아봤다. 그리고 곁으로 다가왔다. 손을 얹은 그는 올려다봤다. 

연이는 살랑살랑 햇살을 내려줬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 살랑임을 모두 흡수하려는 듯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다. 이내 천천히 사라졌다. 


쑥 빨려 나온 연이는 어둠 속의 일렁임을 보고 있었다. 아련하게 그리고 따스하게.


연이는 어둠의 일렁임에 다시 손을 가져갔다. 그저 아련하게 그리고 따스하게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4"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시즌 3(연이의 기억) 달리 시즌 4(연이의 시련)는 연이가 겪는 마음의 시련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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