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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ug 01. 2021

[교행일기] #28. 의원면직을 가슴에 품다

깨져버린 마음의 조각


연이를 부르는 마음 속 외침은 길었다. 그렇게 10분이 흘렀다. 무엇인가 눈치를 챈 사회복무요원 W가 일일복무상황부에 결재를 맡기 위해 진행문서파일을 내밀었다. 멍하니 있는 연이를 보며 일일복무상황부를 연이의 책상에 내려놓고는 W는 책상에 노크를 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연이는 상황을 인지하려고 노력했다. 연이가 W를 올려다보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일일복무상황부를 가리켰다. 연이는 서둘러 검정색 볼펜을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W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펜을 들고 와서는 연이를 위해 내밀었다. 사인을 해주자 일일복무상황부를 들고 W는 자리로 돌아갔다. 


마음에서 부는 바람에 연이의 손은 덜덜 떨렸다. 해결을 해야 했다. 지금의 마음은 잠시 얼릴 수만 있다면 얼려서 잠시 연이의 이성을 소환해야 했다. 이면지에 네임펜으로 "4대보험 정산료 건" 문제를 정확하게 썼다.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이 주무관님은 자리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일단 동기들의 의견을 모아 보기로 했다. 


"동기님들, 제가 대형사고 친 게 틀림없지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동기들 의견은 다양해서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았다. 이면지에 4대보험의 주 목적을 생각해서 적었다. 해결목표는 "납부"라고 적었다. 목표 마감일자는 5월 10일. 납부라고 적으니 해결은 간단해보였다. 총 납부금액을 세외에 있기만 하면 자동이체로 빠져나갈 일이었다. 


공무원은 건강보험만 해결하면 되었지만, 근로자는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2개나 해결해야 했다. 이면지에 해결방법을 썼다.


해결방법 1. 공무원과 근로자에게 정산보험료를 일일이 쪽지나 전화로 고지하고 세외 통장으로 받는다.


일단 이렇게 적고 내일 이 주무관님이 오면 조언을 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해결과정: 해결방법을 찾아보고 실장님에게 보고하고 실행에 옮겨라.


많이 바쁘지 않은 세 번째 주가 연이의 대형실수로 알 수 없는 미로 속으로 빠져들었다. 




의원면직을 가슴에 품다


새벽에 깨어 휴대폰으로 연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검색했다. 이런 실수를 글로 남길 바보가 또 있으랴 구글링으로는 찾을 수 없었고, 교행 카페인 '나우리회'에 검색을 했다. "4월 급여"로 검색을 했다.


연이가 몰랐던 4월 급여 때 반영했어야 할 보험정산료


친절하게도 "완전중요"로 떡 하니 아주 친절하게 올라와 있었다. 이미 가입도 한 카페였는데, 3월까지 3번이나 급여를 해봤다고 방심했다. 아니 자만했다. 열심히 한다고 나름 미리 교육감소속 근로자 급여 엑셀작업도 미리 하고 밤 새우며 EVPN으로 급여작업을 했는데,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모르면 물었어야 했고, 알아도 물었어야 했다. 


잠시 얼어있던 조각난 마음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녹아버렸다. 10년이란 시간동안 58번의 공무원 시험에서 57번 받아주지 않던 공직에서 단 1번 연이에게 허락을 해줘서 들어오게 되었지만, 어째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연이는 계속 들었다. 동기들이 떠난 자리가 컸고, 일은 화수분처럼 매일 샘솟아있고, 연이의 실수와 겹쳐서 실무사가 학교를 떠났다. 모든 게 깨지고 어그러져 버렸다. 깨진 마음은 좀처럼 연이를 잠이 들게 해주지 않고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괴롭혔다.


연이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온 것 같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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