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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Sep 03. 2021

[교행일기] #60. 첫 사회복무요원 W, 안녕

찻 사회복무요원 W, 안녕


연이는 벌써 학교에 발령받아 근무한 지도 9개월이 지나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아직도 꼬꼬마 교행직 공무원이지만, 이제 제법 맡은 업무는 해내는 정도까지는 되었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해내고 그런 것이 아니고 여전히 실수투성이었다. 조그만 실수에도 어쩔  몰라서 밤잠 설치며 뜬눈으로 다음날 가기를 일쑤였다.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까지 해낼  있었던 것은 모두 행정실 식구들이 조금씩  벗고 나서  덕분이었다. 거기에는 사회복무요원 W 한몫해주었다. 성실하게 복무하는 W 학교 근무 경력이 연이보다는 많아서인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보가 연이보다 많아서 파악이 쉬웠다. 일에 대한 정보는 연이가 많았지만, 연이가 들어오기 전의 학교 정보는 W 많이 알고 있어서 연이가 물어보는 일이 잦았다.


비 오는 날이면 허리가 아파서 잠을 못 자던 W,

탈출한 토끼를 같이 잡으며 모래투성이가 되었던 W,

업무의 중압감에 어깨가 축 처진 날 위로하듯 건넨 말 한마디를 하던 W.


첫 사회복무요원인 그가 오늘 소집해제를 하여 사회로 진짜 나가는 날이다.


" 주사, W 데리고 교내  바퀴 ~ 인사드리고 ."


실장님도 아쉬운지 그냥은 못 보내겠다는 마음에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오라고 했다. 10개월 차 접어드는 연이는 W를 데리고 5층부터 수업이 끝난 교실에서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에게 조심스럽게 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열어 사회복무요원 W가 오늘 마지막 근무하고 나간다고 말을 하니 하나 같이 W에게 고마움을 표시를 했다.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나 보다. 5층, 4층, 3층으로 내려오면서 교실 문을 열어 같은 말을 전하며 W를 인사를 시키는데, 내일부터 못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3층의 교장실에 들어가니 교장 선생님은 이미 W가 올 줄 알고 있었다. 아마 실장님이 전화를 먼저 해두었을 것이다.


"W군, 열심히 복무해줘서 고맙네."


맞다. 교장 선생님은 W를 꼭 W군으로 불렀다. W는 또 그게 좋다고 했다. 그렇게 교내 한 바퀴를 돌고 나니 벌써 행정실이었다. 연이에게는 직장이지만, W에게는 국방의 의무를 대신하는 복무기관이기에 나름의 상반되는 감정이 교차할 텐데, 그런 속에서도 근무를 무사히 마쳐준 것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복무가 끝나기    즈음, W 복무가 끝나면 무엇을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그에게 넌지시 연이의 얘기를 해주었다.  할지 모를 때가 연이도 있었는데, 아무도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고민만 10년을 했다고. 연이도 웃고 W 한참을 웃었다. W 며칠이 지나자 수백 명이 지원한 곳에서 최종 2인까지 올라가 면접을 보고 왔다고 했다. 그리고 소집 해제하기  주에 최종 합격했다고 했다. 행정실 식구들이 다들 본인의 일처럼 축하해줬다.


"W! 명함에 1 사인해주라요."

명함이 나왔다며  장씩 돌리는 W에게 솔이 주무관님은 특유의 맛깔난 입담으로 살짝 슬퍼지려는 장면에서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순간에 너도나도 사인을 받았다. 사인을 해주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     걸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어느새 비장함이 뿜어져 나왔다.


연이는 그런 그가 자랑스러웠다. 뭔가 정하고 그것을 해내는 모습. 어쩌면 연이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참 오랜 시간을 거슬러 이 자리에 오고 나니 예전 처음 공무원이 되겠다고 했던 마음이 다시금 머릿속에 재생되고 있었다. 그렇게 W는 터벅터벅 2년이란 시간 동안 걸어 올라오고 내려갔을 경사가 있는 길을 이제는 내려가고 있었다. 조금씩 그의 키가 짧아진다. 이내 연이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회복무요원 W, 안녕.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소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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