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되어 있을 거야 실장님이 떠났다.
호~~~ 버스 차창에 스며든 연이의 뜨듯한 입김에 금세 하얗게 버졌다. 그 하얀 부분을 제외한 외부에서 들어오는 풍경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연이는 그 입김으로 만든 하얀 동그라미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곳만 시간이 가지 않는 듯 연이가 OO초등학교로 발령받은 지 1년이 되었다. 계절의 옷을 네 번 갈아입고 다시 연이가 발령받았을 그 계절로 돌아왔다.
변한 것이 없어야 하는데, 오늘은 OO초등학교에 같이 발령받은 실장님과 근무하는 마지막 근무일이다. 연이는 누군가가 떠난다는 게 어쩌면 처음 있는 일이다. 그 오랫동안 알바를 했어도 소속감이라는 게 없기에 누군가 떠나거나 연이가 떠나거나 하는 일에 두려움이나 서글픔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다. 연이는 OO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아 1년을 고생하며 실장님의 조언도 받아가며 가끔 엄청 힘든 날이면 저녁이나 먹고 가자며 국밥을 사주던 실장님이 학교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이상했다. 이 감정이 어떤 느낌인지 자세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급여 작업을 겨우겨우 해서 가지고 가면 실장님이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연 주사가 이걸 다 했다고. 내가 연 주사였으면 못했을 거야. 잘했어."
아마 정말 잘해서 그럴 것은 아닐 것이다. 13년 이상을 이곳에서 일하면서 실장님이 봐왔던 많은 주무관이 많을 텐데... 일을 함에 있어 담당자를 믿어주고 기다려 준 실장님이 준 자유도 높은 방식의 일처리 방식이 연이에게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다.
실장님은 점심이 되자 잠시 연이를 불렀다.
"연 주사, 내가 말이야. 알지?"
실장님이 뭘 말하려는 알 것 같았다.
"2년 함께 근무하고 같이 가자 했는데, 먼저 가시네요."
"그렇게 됐어."
그 말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묻어났다. 그렇게 실장님은 조용히 OO초등학교의 업무를 정리하고 있었다. 실장님이 떠나면서 행정실에도 실장님이 결재한 모든 일들을 끝내야 하는 회계말처럼 되었다. 휘몰아쳐서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왔고, 그렇게 '다 되어 있을 거야' 실장님이 떠났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소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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