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S의 뒤를 바짝 뒤쫓아오는 검은색 세단이 조용히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왕복 2차로 굴곡진 길이라 뒤차가 지나가도록 빼줄 만한 공간이 나오지를 않았다. 자꾸만 룸미러로 눈이 가는 S는 검은색 세단이 가까워질 때면 조금씩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대어 간격을 겨우 벌리면서 노란색 중앙선을 넘지 않으려고 굴곡진 길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뒤차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S가 왕복 2차로로 진입했을 때보다 커브가 점점 심해져서 S가 더 이상 속력을 올릴 수도 없었다. 속력을 올렸다가는 논두렁으로 빠지거나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부딪힐 가능성이 많아져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통제가 가능한 최대의 속력으로 뒤차와의 간격을 벌리려 했지만, 이도 만만치 않게 검은색 세단은 이내 S의 차 뒤에 와 있었다. S가 탄 차의 속력이 중앙선 너머로 쉴 새 없이 차들이 지나가면서 일으키는 진동과 더해져서 S가 탄 차는 심하게 흔들렸다.
대부분 왕복 2차로에는 쉼터처럼 도로 옆에 빈 공간이 종종 있는데, 이곳 도로는 예전에 만들어져서 그런지 좀처럼 이런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등에서 흐른 식은땀은 등골을 타고 중력이 이끄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 구레나룻 쪽으로 흐른 땀방울이 턱선에서 자유 낙하하여 기어 변속기에 얹어놓은 오른쪽 손등으로 떨어질 만큼 아슬아슬하게 고개 운전을 하며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S는 룸미러로 자신을 쫓아오는 검은색 세단을 한 번 확인했다.
때마침 빼줄 공간이 저만치 보이기에 그쪽으로 핸들을 꺾어 차를 급하게 정지를 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핸들에 머리를 묻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뒤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분명 뒤를 따라오던 바짝 쫓아오고 있던 터라 바로 자신의 차를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검은색 세단은 지나가지 않았다. 이상하다 뭐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이드미러로 검은색 세단을 찾다가 뒷유리로 직접 보려고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이 떨어지면서 정지해 있던 S가 탄 차량은 다리 난간의 부서진 부분으로 밀리고 있었다. 급하게 발을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난간에 차량의 2분의 1일 이상이 나간 상태였다. S가 살짝 움직이려 하자 차체가 기우뚱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자리에 조심스레 앉았지만, 이걸 탈출할 방법이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첫눈이다. 자신의 급박한 상황에도 눈은 새하얗게 하늘하늘 내리고 있었다. 휴대폰을 열어 빠르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차례 강바람의 세차게 불고 나더니 끄으윽 하는 기계소리와 함께 차체는 강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차량이 물과 닿으면서 고요했던 강은 하얀 물보라가 일더니 이내 물 밑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가로등 하나 없는 외진 길이라 덤프트럭에서 내린 기사는 뭔가 쿵 하고 부딪히는 소리에 또 로드킬일 것이라 툴툴거리며 플래시와 휴지를 둘둘 말아 들고 나왔다. 덤프트럭 기사는 찌그러진 앞 범퍼에 으레 눌어붙어 있을 핏자국을 생각하며 앞쪽으로 왔지만, 핏자국이 아닌 하얀색 차량 페인트가 묻은 것을 보고 여기저기 플래시를 비추며 자신이 박은 차량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오래전부터 부서져 있던 다리의 난간 쪽을 비춰보고는 그쪽을 살펴보려고 다가가다가 고요한 정적을 깨는 휴대폰 소리에 전화를 받은 기사는 납품을 받을 사장의 짜증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네네를 반복하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라는 말을 휴대폰 귀에서 빼며 사장의 툴툴거리는 소리를 종료 버튼으로 마무리했다.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고는 늦은 납품을 맞추기 위해 급히 운전석으로 돌아가 속력을 내어 다리를 지나갔다. 덤프트럭의 불빛이 희미해질 때 즈음 S가 탄 차량도 물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