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의 작가 사이토 뎃초는 일본의 작은 소도시에 사는 히키코모리였다. 학창 시절 여러 사건으로 사회와 단절한 그는 부모님 집에 머물며 방 안에서 영화만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루마니아 영화에 빠졌고, 단지 멋져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루마니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루마니아어로 소설을 쓰며 등단한 유일한 일본인이 되었다.
일본에서도 루마니아어는 희소한 언어였다. 주변에서는 쓸모없는 언어를 왜 배우냐고 타박했지만, 그는 오히려 “마이너 한 언어를 배우는 나, 완전 힙해.”라고 생각했다. 마땅한 사전도, 교재도, 선생님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루마니아어 자막이 달린 일본 영화와 일본어 자막이 달린 루마니아어 영화를 보며 독학했다. “기분만은 완전 루마니아 유학”이라고 즐거워하며.
그는 페이스북에서 루마니아인 4천 명에게 무작정 친구 신청을 보냈다. ‘여기서 누군가는 내게 친절을 베풀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생긴 친구들을 통해 언어와 문화를 배웠고, 일본을 방문한 루마니아 영화감독을 직접 만나 대화하며 배운 언어를 실전에서 사용해 보았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운 성격이었지만,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겠다”는 마음으로 도전을 이어갔다. 결국 그는 루마니아어 소설로 등단하는 최초의 일본인이 되었다.
책을 흥미롭게 읽고 있던 중, 첫째 아이가 하교 후 내게 물었다.
“엄마, 내일 진로에 맞는 선택 과목을 정해야 하고, 진로 관련 도서도 선정해야 해. 진로를 뭐로 정할까?”
“그건 네가 정해야지.”라고 답했지만, 사실 나도 그 고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인 아이에게 진로를 탐색할 시간도, 기회도 충분하지 않았다. 아직 세상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나이에 ‘어느 분야의 직업이 좋을까?’라는 고민을 외부의 압력으로 시작해야 하다니.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너무 이른 성숙을 요구한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서둘러 진로를 정해야 하고, 동아리에 가입해야 하며, 진로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고, 독서 활동도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자신의 관심사를 미리 탐색하며 배워나가도록 돕기 위한 것이지만, 정해진 진로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치러지는 각종 시험과 수행평가, 조별 과제, 동아리 활동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너의 길을 찾아봐”라는 조언은 현실과 동떨어진 구호처럼 느껴진다.
더구나 지금은 100세 시대다. 아이들은 어쩌면 110세, 120세까지 살아갈지도 모른다. 경제활동 기간이 길어진 만큼, 한 직장에 머무르기보다 여러 번 직업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전히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각종 자격증과 스펙을 쌓으며 사회로 나오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진로를 정하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사이토 뎃초는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루마니아어를 배우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물론 그도 일본의 공교육 제도 안에서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력을 느낀 분야를 찾자, 그는 ‘히키코모리’라는 사회적 낙인을 깨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다.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그는 사춘기의 방황에서 시작된 ‘주변과 다른 내가 멋짐’이라는 자의식을 인생의 미학으로 발전시키라고 조언한다. 자신만의 관심사를 깊이 탐구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이 있다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무언가에 매료되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충분한 탐색 기회를 제공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대학에서라도 그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중고등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속으로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아이에게 말했다.
“일단, 엄마랑 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자. 어떤 전공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흥미가 가는 것과 전혀 관심 없는 것을 구분해 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