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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숲 Aug 09. 2024

쉿!

어른과 용기 없는 자 그 사이 어디쯤 




시간이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있다.

깊어지는 생각, 깊어지는 눈빛, 무거워지는 입.

허나 그 선물을 받지 못하는 자는 그냥 흐르는 시간 속에서  늙어갈 뿐이다. 







이 중 제일 크게 와닿는 부분은 입의 무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느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들어봤거나, 글귀로 읽거나 했을  '입' 조심하라는 말

늘 어느 공간이든 말이 흐르는 공간은 조심해야 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놉!

요즘 세상은 말과 눈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입도, 손도,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그냥 조용히 입을 닫고 잊어 버는 것이 제일 현명한듯싶기도 하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말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으나 본인의 답답함을 SNS에 올린 누군가는 친구 사이도 아닌 직장 상사의 SNS가 어떤 알고리즘을 탔는지도 모르게 본인이 올린 글이 들통나 호되게 미운 털이 박혔다.

하루 이틀도 아닌 몇 년 간을 쌓아 올린 이미지와,  힘든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끌어모았을 커리어, 그리고  늘 곁에서 알게 모르게 의지했을 이들까지 한순간에  뒤돌게 만듦과 동시에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버린 것.


가까이서 그를 바라보자니 그간의 얽히고설키며 지내온 관계의 의미는 먼지처럼 가벼이 취급돼 버리는 현실이  잔혹하게도 무섭다.

평소 트러블 없이 잘 지내던 직상 상사가  알고 보니 본인에 대한 이미지나 평판을 안 좋게 생각하고 있더라는 당사자 아닌 다른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달받은 이야기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상관이 지시한 일들을 처리하다 본인 평판이 깎여버리게 된 그는  본인에게 말을 전한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찾아가 변명하지도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본인의 SNS에 올렸을 뿐인데, 결국엔 모두가 얼굴을 붉히는 사이가 되었다.


들여다보면 SNS에 글을 올린 사람의 조심성의 문제보다, 왜 듣기 좋은 소리도 아닌데 남의 평판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을까 싶은 그 사람의 의중이나 의도가 있다면  나잇값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너 생각해서 해주는 이야긴데... " 내지는  " 나도 들은 건데..." 또는 "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너는 이것만 고치면" 

으로 시작되는 문장을 말하는 이가 있으면 앞에선 웃어주되, 대꾸하지 말고 선을 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이 자신의 인생이 재미없으면 남의 이야기를 한다는데,  재미없는 인생들끼리 모여 또 한 사람의 인생을 재미없게 만든 그들을 보며 제대로 나잇값을 한다는 의미에 대해 알아들을 것도 같은 하루다.


                                                                                                                               - feat 인간관계-






집에 돌아와 10살 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와 친구 사이에 싸우는 건 아닌데 싸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결국 친구들3명이서 기분이 안 좋아져 각자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

한창 인간관계에 관한 고민과 어떠한 감정이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대처하는 방법이라든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10살 난 딸아이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숫자만 늘어가는 것은 아닐 텐데, 아직까지도 깊어지지 않은 감정 대처법과, 어쩌면 아직도 때에 따라 다르게 드는 감정들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파악조차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상황에 따라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보게 되는 얕은 안목이 또는  한 사람이 말로 다치는 상황인 줄 알면서 조금도 편 들어주지 못한 용기 없는 나를 두고 나조차도 실망한 하루였지 싶다.

결국 나는 눈빛이 깊어지지도 생각이 깊어지지도 못한 채, 마음이 다치고  사람을 잃은 후배에게  너보다 말을 옮긴 그 사람이 제일 나쁘다고  입이라도 뗐어야  했는데,  혹시나  나조차도 비난받지 않을까 용기 없이 무거워진 입이 이것 또한 아니지 싶은 날. 그런 날.




                                                                                                         - 용기 없는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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