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평소와 같은 공기, 분위기, 냄새, 똑같은 사람
늘 굴러가듯 지나는 시간들
그런데도 말 토시 하나, 단어 하나에 삐죽삐죽 올라오는 그런 날.
생리를 할 때도 아닌데, 마음이 뾰족하다.
늘 같은 단어를 쓰는 회사 사람의 말 한마디에 신경이 쏠려
그 사람이 미워지는 날.
그렇다고 대놓고 미워하지도 못할 거면서, 괜한 사람 잡아놓고 하소연을 쏟는다.
결국 내 말 한마디도 누군가를 찌른다.
나도 찔리고 나도 누군가를 찌르고, 내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한 그 사람도
이내 다른 이의 마음을 상처 내겠지.
본의 아니게 이 나쁜 마음은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
그 짧은 순간에 나의 말을 들어 줄 순한 사람을 고르고, 마구 쏟아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나쁜 마음을 먹었다.
나쁜 마음을 쏟아도 괜찮은 사람은 없는데... 머리는 착한데 마음이 못 돼먹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기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
멈추지도 못한 채.
지금까지 괜찮았나? 아니면 이제 와서 괜찮지 않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그 사람은 늘 그 자리에 그 모양 그대로인데, 나는 괜찮지 않아졌다.
오늘은 퇴사한다고 말해야지.
' 이 정도면 이미 마음은 떴다고 봐야지....'
마음을 먹었다가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알바천국까지 싹 돌아보고
다시 마음을 가라앉혀 본다.
구하는 자리는 있지만 나를 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딜 가나 나와 안 맞는 사람 하나씩은 꼭 있을 텐데 다시 가서 일을 배우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또 한편으로 아직 마흔 전인데 얼른 옮기는 것도 방법이지 싶은 생각도 든다.
거기서 거기인 월급쟁이, 하는 업무도 환경도 비슷하겠지...
괜히 그만뒀다가 이직이 안되면 어쩌나 싶은 겁쟁이 같은 마음.
'괜히 평화로운 일상을 들쑤셔 놓는 짓을 하는 건 아닐까?'
'고작 저 인간 하나 때문에 내가 그런 수고로운 짓을 해야 하나?'
' 그래도 더 나은 자리가 있을 텐데, 어딜 가도 여기만큼은 할 거 아냐 그러면 옮기는 게 낫지'
타자를 치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회로가 계속 돌아간다.
' 얼른 이력서를 다른 회사에 내볼까? '
' 연차 내고 면접 보고 붙으면 그만둘까? '
' 연봉도 여기보다 나은데 40 되기 전에 가야 하지 않을까? '
' 아냐, 연말 승진 발표 때까지만 기다려 볼까? '
' 아냐 여기서 직급만 올라가면 뭘 해 똑같이 하기 싫은 일 해야 하는데'
갈팡질팡하는 마음속이 시끄럽다.
거래처 톡을 확인하는 내내 한숨이 나온다. 일정 확인차 달력을 보니
어느새 달력을 5권째 쓰고 있다.
' 아! .... 1,3,5,7년으로 온다는 그건가? '
이직 마려운 그 지랄병.
오늘인가 그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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