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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숲 Nov 15. 2024

유일한 승자는 누구



나중에 너랑 똑 닮은 딸 낳아봐라!

대한민국의 딸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 봤다는 그 말.

내가 딱 20년 전쯤 들었던 말인데

딸한테 들어본 사람 손!








한창 어지를 나이 방년 10세

책이며 옷가지며 한데 어우러져 이 어미가 딸내미의 방 한편에 발 한 짝 디딜 틈이 없을 즈음,

이 어미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도달했다

" 이거 이거 어지른 거 안 치워?! 방이야 돼지우리야! "

" 치우려고 했어! 이따가 "

" 너 맨날 치운다고 하고 안 치우잖아 엄마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매일 체크하고 있어! "




딸아이 혼자 방을 치운다고 해도 결국은 내 손이 가지 않으면 정리가 되지 않으니 급하게 정리를 시작했다.

어제 입은 옷가지, 양말, 학교에서 받아온 프린트물과 군것질을 하고 버린 껍질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층 화를 돋우었다.

나오는 한숨을 푹푹 쉬어가며 반쯤 정리를 하고도 훤히 정리가 되는 거 같지 않아 자리 차지가 큰 책들부터 정리하기 시작했을 때 책 사이에 끼어 있던 코팅 책받침 같은 것이 툭 떨어졌다.

이게 뭐야..

하고 집어 드는 순간 빵 하고 웃음이 터졌다.




                 - 딸내미의 속마음이 담긴 동시? -



참나....

그림까지 그릴 일이냐?....


식구들이 있는 톡 방에 올리니 다들 깔깔대고 웃더니 한 소리씩 들 하신다.


" 네 딸이 맞네! 너무 웃긴다"

" 잘 썼는데?! 한 번 읽으면 기억에 확 박힌다 야! "

" 라임 맞는 거 봐 어쩔 "


한 소리씩 듣고 있자니 괜히 올렸나 싶었다가, 엉뚱하게 잘 썼네 싶었다가

갑자기 20년 전 우리 엄마가 나 꾸짖던 그 상황도 스친다.


"내가 너한테 했던 소리를 너는 딸한테 듣고 있냐? "


톡 방 친정엄마 등판에 웃음이 난다.

유일한 승자는 우리 엄마인 건가?.... 싶다가.

지난주 총각무를 뽑으시던 우리 할머니 얼굴이 스친다.





- 지난주 알타리를 뽑던 날 나보다 큰거 뽑으셨다며 웃으시던 예쁜 우리 할머니-



" 할머니 이거 봐봐 나 되게 큰 무 뽑았어요! "


" 내가 더 큰 거 뽑았지?! "


커다란 무를 뽑아 드시고선 하얀 웃음을 짓던 예쁜 우리 할머니...





' 분명 우리 엄마도 할머니한테 그 소리를 들었을거다'


" 너 나중에 딱 너 닮은 딸 낳아봐라! "


난 점점 더 엄마를 많이 닮아가는 거 같은데,  


우리 할머니도 할머니의 엄마한테 그 소리 들었을까?


유일한 승자는 누구지 그럼?


승자가 누구이던


3대의 웃음소리가 나는 오늘이 좋다.


생각지도 못했던 웃음을 준 우리 딸내미에게  오늘은


잔소리 패스권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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