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가끔 안 하던 짓을 해야 한다.

점들의 연장선

by 큰 숲




왼발로 시작하던 집으로 가는 걸음을

오른발로 걸어본다.

늘 같은 길을 걸어도 가끔은

다른 발로 시작을 해야 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수고로움 속에서도

다른 걸음을 걷는 이는

같은 걸음을 걷는 사람들 속에서도 남모르게 성장 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의 경계는 희미하게 새겨져 익숙함을 만들어내고.

편안한 하루를 보낸 어제와 같은 나는

무탈한 하루를 보내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 해 한 해를 지나

모자란 나의 어떤 하루를 후회할지도 모른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에 눌러 앉아

흐릿한 흑백사진처럼 바래진 나를 붙들고 쓰다듬으며

그래도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한켠에 솟구쳐 오르는 후회를 눌러 담으며

지난 시간을 어쩌겠냐며,

나의 것이 아님이 아니겠냐며

깊게 팬 주름에 후회를 감추는

그런 날은 그런 날만은....



때문에

때때로는 안 하던 짓을 하는 사람임을

나 스스로 나는 원래 안 하던 짓을 가끔 하는 사람임을

그렇게 잔잔한 삶에도 파동을 일으키는 날들이

마침내는 나도 모르게 기억을 잃었던

어떤 꿈의 모양을 드러내는 날들이

무수히 이루어지는 날을 지내는

그런 사람임을

나조차도 즐기는 그런 사람임을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이기를.



하찮게 보이는 다 낡은 벤치에 앉아서도

그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흥얼거림을 노래하는 사람이기를

내가 보지 못한 나의 눈빛을 보는 사람은

따뜻하다 못해 데여 죽을 것 같은 열정을 느낄 수 있기를

내가 하는 가끔의 안 하던 짓의 어색함이

어느덧 나를 키워

무수히 많은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오늘도 나는 나가는 오른발을 붙잡아

굳이 굳이 왼발로 시작하는 걸음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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