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된 사람

점들의 연장선

by 큰 숲

늦된 사람이라

아직 남들의 반절도 따라잡지 못했다.


마음이 쿵 하고 떨어져도

머리로는 끄덕끄덕 이해가 가도

한켠의 작은 고개가

천지분간 못하는 눈빛으로 눈을 맞추면

또 주저앉아 시시덕거리느라

해가 진 연에나 발길을 떼겠지.


수를 이해하는 법도

글자의 원리를 깨우치는 것도

한참 뒤에야 알게 된 사람이라


바보 소리를 들은 다음에야

숨을 들이켜고

사람사이를 이해하고

그 사이의 나를 알아보기로 했다


세상이 정해 놓은 그 속도를 맞추느라

뒤뚱뒤뚱 넘어질 듯 내 달리다

내 리듬도 더딘 발자국도 엉키고 설켜

결국 주저앉아, 토하듯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그래 나는 늦된 사람이다

그 늦된 리듬이 내 걸음이고

나의 이치다.


늦게 알아차린 만큼

쉽게 잊은 적 없고

수의 이치를 익히듯

글자의 원리를 이해하듯

삶의 모양도 하나하나 셈하며 배운다.


괜찮더라.


봄에 피는 꽃만 꽃이라 하지 않듯

가을에 피는 꽃도 아름답다


그러니

오늘도 조금 늦을

그래서 더 깊게 익을

아직 활활 타진 못했으니

쉽게 꺼지지도 않을 테니


나는 조금 늦된 사람이어도